
85년 1월 논산 훈련소 27연대에서 훈련을 받은 후 모 통합병원으로 자대배치를 받았다. 자대에서 가장 중요한 보직을 받았다. 병원장도, 간호장교도, 군의관도, 환자도 사병도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취사병이었다. 모든 사람은 먹어야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환자들과 기관병들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았다. 소위 당시 고참들은 밤만 되면 PX에서 술을 미리 사 두었다가(사병이 어떻게 술을 살 수 있었는지를 사병 생활 3~4개월이 지나면서 그 부패의 고리를 알게 되었다.) 술안주로 취사병을 시켜 계란 후라이를 30개 때로는 60개씩 요구했다. 그 외에도 주말이면 늘 안주거리를 요구했다. 안 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구타가 성행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요구였고 소위 요즘 말로 하면 갑질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병원장이 하루 업무를 마치고 나면 부하 영관급들과 테니스를 칠 때면 수육을 비롯한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테니스장을 오전부터 쓸고 닦고 정비하고…. 마치고 나면 피곤한 채로 점호 준비를 …. 그럼에도 저항하기 힘든 시간이었다.
갑질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시대를 지나온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갑질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갑도 을도 모두 무지하였거나 알았지만 저항하기에는 힘이 약했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 초기 내각 진입에 실패한 강선우 의원은 갑질 논란으로 낙마했다. 국힘에서는 강의원을 향해 갑질했으니 의원직도 사임하라고 소리를 높였다. 흥미로운 것은 송 모 의원은 의원실에 의자가 없다고 보좌관 정강이뼈(속어로 촛대뼈)를 가격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의원은 몇 안 되리라 생각한다.
전도사 시절 담임 목사님을 김해공항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모셔다드리곤 했다. 이삿짐을 나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요즘 서비스 업체를 통해서 감당해야 할 거의 모든 상황에 아랫사람들이 동원된 것은 사실이다. 어떤 때는 사모님이 일 보러 가실 때 차량 서비스도 해 드렸다. 갑질인지 아니면 나 스스로 좋은 마음에서 한 것인지 그 경계를 정확히 모르겠다.
강선우 의원의 갑질 논란에 사회적으로 쉽게 흥분하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런 갑질을 당해봤기 때문에 공감대가 쉽게 형성된 것 같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고”(요8:7)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나이든 자부터 모두 도망가 버렸다는 말씀은 경륜이 있을수록 이런 류의 상황에 자주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갑질문화 속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교훈과 특징이 있다.
1) 갑질이 가진 힘은 상대성이 있다. 언제나 나보다 더 힘이 쎈 자들이 있다. 그러므로 겸손해야 한다. 자기가 쏟아낸 갑질을 그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막4:24)
2) 갑의 위치는 힘이 있는 자리다. 힘의 아름다움은 그 힘을 제한할 때이다. 주신 힘이라고 다 쓰면 무너진다. 그것을 보고 교만이라 한다. 교만한 자를 하나님이 싫어하신다. 하나님이 싫어하면 망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있겠는가? (벧전5:5)
3) 공동체 안에 인식되지 않은 갑질은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공동체 안에서의 갑질은 자칫 가스라이팅이나 그루밍까지로도 진행될 개연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4) 갑질과 봉사의 차이는 ‘자발성’에 있다. 그 경계의 차이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결과가 미치는 그 영향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
갑질 문화는 소위 ‘시키는 것’만 하면 되고, ‘야단 듣지 않을 정도’만 하면 된다. 하지만, 봉사의 자발성은 ‘상대방이 무엇이 필요한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피기 때문에 시키는 것의 영역을 훨씬 너머 봉사한다. 여기서 창의성이 나오고 그 사회는 미래로 나아간다.
갑질 당하고 갑질 한 번 못하고(안 하고) 전역한 그 시절이 그립다면 나는 지금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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