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소망의 내용
사도 바울이 소망의 내용을 로마서에서 종말에 나타나게 될 “하나님의 영광” (5:2, 8:17, 18, 20)으로 표현하고 있다면 이것을 그의 다른 서신서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의 소망의 중심에는 모든 것을 회복하기 위해서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한 소망이 자리 잡고 있음(살전 1:3, 10, 고전 15:19)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도 바울에게 있어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은 단순하게 미래에 이루어질 사건 이상의 다면적인 신학적인 내용을 가진 그야말로 “소망”의 대상이었다.
먼저 주님이 다시 오실 때 하나님의 영광을 떠나 하나님의 진노 아래 있어 결국 종말에 드러나게 될 하나님의 진노로부터 우리들이 구원(살전 5:9, 롬 5:9)을 얻을 것을 소망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가 더 이상 죄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의롭다하신 존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성령으로 믿음을 좇아 의의 소망을 기다리게”(갈 5:5) 된 것이다. 이미 우리를 의롭게 하셨지만 여전히 그 의가 온전히 드러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사도 바울을 발견한다.

이 때에 죽은 자들이 부활할 것이며 (살전 4:13~18, 고전 15장 전체와 특히 19절) 우리는 이 땅의 모든 피조물들과 함께 신음하고 있던 상태에서 벗어나 몸의 구속과 양자됨 (아들됨)을 얻을 것이다(롬 8:23). 이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의롭게 여기시는 것이 실제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주는 것 중의 일부이다. 우리는 양자되었기 때문에 살아 있을 때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 부르는 특권을 누리고(롬 8:15, 갈 4:6) 예수님이 오실 때에는 예수님과 함께 영광스런 상속에 참여하게 된다 (딛 3:7, 롬 8:17, 엡 3:6). 그리스도의 죽으심을 통하여 참여하게 될 하나님의 영광의 날에 우리가 상속하게 되는 것 중에서 아마도 가장 귀중한 것이 그리스도와 영원히 함께 하는 삶일 것이다 (살전 5:10). 이를 사도 바울은 디도서에서 ‘영생’ (딛 1:2; 3:7)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소망을 사도 바울은 디도서 2:13에서 간결하게 요약한다. “복스런 소망과 우리의 크신 하나님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심을 기다리게 하셨으니.” NIV가 채택한대로 “복스런 소망”과 “우리의 ....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심”은 동격으로 보는 것이 좋다. 바울에게 있어서 소망은 단지 소망하는 행위가 아니라 우리의 크신 하나님이시며 구주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나타나시는 것 그것 자체였다.
3. 사도 바울의 역사의식
사도 바울은 그의 소망을 이스라엘에게 주신 하나님이 약속을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루셨는지에 근간을 두고 있다. 구약의 선지자들은 하나님께서 세상의 모든 악과 부조리를 메시야를 보내심으로써 완전히 해결하실 것이라는 종말론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사도 바울에게 있어서 예수님이 오심은 메시야의 시대가 시작되었음 뜻하는 것이며 예수님의 재림으로 하나님 나라가 온전하게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시작된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이 땅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그의 나라가 온전하게 드러날 것을 소망하며 그 나라의 영광에 참여할 것을 기대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사도 바울이 세상과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 시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도 바울은 우리가 얻은 구원을 과거에 일어난 일로만 국한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세상을 구원하시는 큰 틀 안에서 보고 있다. 하나님의 크신 사랑으로 우리를 의롭다고 여기신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는 예수님의 재림과 그에 따른 여러 측면에서의 축복으로 완성될 것이다. 우리는 예수님의 초림과 재림의 중간 시대에 버려지지 않았다. 우리 속에 주신 성령님으로 말미암아 먼저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되었고(롬 5:5) 이 성령님은 우리가 구속을 입을 날까지 우리에게 “보증”이 되어 주신다 (고후 1:22, 5:5, 엡 1:13~14). 성령님은 우리에게 각 개인에게는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하시고 (갈 5:22-23) 종말론적인 공동체인 교회에는 다양한 은사를 허락하셔서 마지막 때에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교회(엡 1:23)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신다. 사도 바울에게 있어서 소망은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신 그리고 이루실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에 철저하게 뿌리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도 바울은 자신의 친족 이스라엘의 구원의 문제를 “큰 근심과 마음에 끊이지 않는 고통”(롬 9:2)을 가지고 고민한다. 로마서 9~11장에 걸쳐서 사도 바울은 이방인의 허다한 수가 돌아오고 있는 이 때에 유대인들이 오신 메시야를 배격하는 것에 대하여 신학적인 해설을 한다. 그에게 있어서 이스라엘에게 신실하셨던 하나님이 어떻게 이스라엘을 결국은 회복하실 것인가는 너무도 중요한 주제였던 것이다. 바울은 각 개인과 그의 친족인 이스라엘까지 하나님이 구원의 역사라는 맥락 속에서 보고 있다. 이러한 역사 의식이 바로 바울의 소망의 근거였고 또한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