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을 시작하고 편안한 적이 없었지만 10년이 되어갈 무렵 위기가 다가왔다. 넷째 은결이(오직 은혜로 깨끗해짐)의 출산이 임박했다. 아이들과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엄마가 집을 떠나야 하게 되었다. 그것도 네 번째 제왕절개 수술이라 일주일 입원과 2주간의 산후조리원 생활로 무려 22일간 아이들과 떨어지게 되었다. 게다가 나는 신학대학원 개강으로 천안으로 가야 했다. 감사하게도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돌보아 주신다고는 하였지만 그래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참을 고민하던 아내는 아이들을 위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무려 22일 치 편지를 써서 하나하나 간식과 함께 봉투에 담아, 엄마 아빠 없이 지내는 기간에 아이들에게 하루 하나씩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나는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아서 이 많은 편지를 쓰나 생각했는데, 내용을 보니 다른 것 없이 사랑한다는 말 외에는 다 성경 말씀을 꼭꼭 씹어 편지에 담아놓은 것이었다. 편지 중 몇 편을 소개한다.
세 번째 편지: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장 13절)
아멘!! 은설, 은송, 은겸아! 좋은 아침이야! 벌써부터 너희가 너무 보고 싶구나…. 하지만 너희와 떨어져 있는 이 시간 또한 감사하며 하루하루 보내려 한다. 오늘 하나님께서 너희에게 주신 말씀처럼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니 우리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의 자녀들”이란다! 오늘 하루도 온전히 하나님께 다 맡겨드리고! 감사와 기쁨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자! 여호와 닛시! ‘승리 되시는 하나님’을 찬양하자! 사랑해.
열 번째 편지: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 4장 6절)
아멘!!! 은설, 은송, 은겸아^^!!! 염려하고 있는 게 있니?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걱정, 근심하지 말고! 감사함으로 하나님 아버지께 다 구하라고 하시네~ 할렐루야!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이 세상을 만드셨고, 주관하시는 “전능하신 분”이시니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며 살자! 오늘도 더 사랑해. God bless you _엄마가
열일곱 번째 편지: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시 23편 4절)
아멘. 은설, 은송, 은겸아! 좋은 아침이야. 엄마, 아빠는 너희들과 언제나 어디나 함께 하지 못하지만...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께서는 늘 은설, 은송, 은겸이와 함께 하시며 지켜주시니! 너무 감사해, 든든해. 오늘도 신나는 하루가 되길! 엄마가 기도로 함께할게. 보고 싶다.
스무 번째 편지: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시리라.”(빌 4장 19절)
아멘. 은설, 은송, 은겸아~ 오늘은 토요일이네! 이제 엄마도 곧 뚱땅이(은결)와 너희를 곁으로 갈 날이 다가온다~~ 신난다. 엄마가 늘 너희에게 고백했듯이 우리 가정이 돈이나 이 세상의 것을 쫓아 살지 않고, 하나님 바라보며 살아가니... 늘 때에 따라 가장 좋은 것으로 부족함 없이 풍성히 채우시는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하며 산단다. 너희도 보고 듣고 느끼고 있지? 오직 주만 바라보자! 하늘을 바라보자! _엄마가
홈스쿨링 한다고 하면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목회를 하면서 홈스쿨링을 한다고 해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할 때가 있다. 어떨 때는 이럴 거면 홈스쿨링이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물론 직장 다니는 부모, 학교 다니는 아이들보다는 절대적으로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만 그렇다고 홈스쿨링의 목적이 아이들과 늘 붙어있기 위함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말씀과 함께하는 것이다.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은 그 말씀이 어떻게 삶에 적용되는지 체험하는 시간이다. 지난 글에서 아이들의 일과는 말씀 묵상으로 시작된다고 했다. 사실 자신의 묵상을 한다기보다 아빠의 묵상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고, 서로 이야기 나누고, 궁금한 것은 질문한다. 주일과 다음날인 월요일은 주일 설교 말씀을, 주중은 아침 묵상 말씀을 나눈다.
이렇게 온 가족이 매일을 같은 말씀으로 시작하다 보니 훈육도 자연스럽게 그날의 말씀으로 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에 아빠 엄마가 어떤 묵상을 했는지 아이들이 다 알기 때문에 저도 마음대로 살아갈 수 없다. 게다가 매일 우리 아이들이 한 자도 빼놓지 않고 읽고 생각하는 묵상문을 결코 하루라도 대충 쓸 수 없다. 어렵게도 쓸 수 없고, 삶과 관계없이 피상적으로도 쓸 수 없다. 다른 말로 숨을 곳이 없다. 이것이 ‘우리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교회’를 목표로 할 때의 장점이자 어려운 점이라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행복한전원교회는 언제나 어린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주일학교 예배가 있지만 먼저 공예배에 선포될 말씀을 듣고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목적이다. 아이들과 같은 말씀을 들으면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 그리고 말씀 앞에 숨을 곳이 없어져서 불편하지만 이게 바로 진짜 믿음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과 함께 말씀을 듣다 보면 어른들은 더 이상 꾸밀 수 없고, 아이들은 부모와 어른들의 실제 신앙생활을 보게 된다. 이렇게 온 가족이 같은 말씀 앞에 서는 경험이 우리 교회와 가정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홈스쿨링이든 예배든 핵심은 딱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사이를 말씀으로 채우는 것이다. 하나님 말씀은 부모와 아이들 사이, 교회와 집 사이, 믿음과 일상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우리가 홈스쿨링을 하는 이유,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예배드리는 동일한 목적! 바로 우리 삶의 모든 ‘사이’를 말씀으로 채워서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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