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찬양대)는 교회음악의 전통성을 이어가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교회의 기관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고 또 그만큼 역할의 비중이 크다. 매주 드려지는 예배뿐만 아니라, 절기 또는 특별한 교회의 행사들에서 주요한 음악적 역할을 한다. 음악이라는 전문적인 분야이기에 전문성이 없는 일반 성도들의 경우는 부족한 실력과 음악적으로 부족한 자신의 역량에 수없이 갈등하기도 하지만, 다른 경우는 음악적으로 부족함을 알지만, 다른 성도들의 목소리에 묻혀가는 것에 익숙하게 적응하고, 성가대라는 그룹 안에서 다양한 활동에 만족하는 자들도 있다.
성가대는 지휘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초대형 교회들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성가대 지휘자는 한 번 임명되면 본인 스스로가 어떤 상황에 의하여 스스로 내려놓지 않는 한 거의 임기의 기한이 없다. 교회라는 특수성은 어떻게든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의 상황을 우선으로 하기에 실력의 유무에 관계없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성가대는 어떤 지휘자를 만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지휘자의 성향과 실력, 마인드에 따라 성가대 전체의 실력과 분위기, 또 수준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실력과 전문성, 리더십은 있으나 영성과 포용력, 배려가 없는 자, 분위기를 따듯하고 화기애애하게 잘 이끌어가지만 실력이 부족한 자, 그리고 실력과 전문성, 영성과 포용력, 배려와 탁월한 리더십까지 갖춘 자들이 있는 반면, 이 모든 것이 거의 전무한 지휘자들도 있다. 좋은 지휘자를 만나는 것은 성가대원으로서는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섬김의 자리에서 매주 반복되어지는 지휘자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편한 마음은 감사로 찬양하고자 결단하고 헌신한 성가대원들의 삶을 일부 피폐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전에 모 백화점 광장에서 지역성가대들의 교회연합행사가 있었는데, 리허설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한 교회의 성가대 지휘자가 지휘봉으로 보면대를 수차례 치며 큰 소리로 성가대원들의 틀린 부분과 부족한 부분에 대해 호통하며 나무라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40여 명 정도 되는 성가대원의 대부분은 50대 중후반으로 보였는데, 그들의 얼굴은 주눅이 들었고, 시선은 옆으로 돌릴 수 없는 부끄러움에 힘들어함이 역력했다. 주변에는 다른 교회들의 성가대원들이 모두 보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 외에도 백화점을 찾은 많은 일반인들이 있는 그곳에서 보인 지휘자의 행동은 다른 교회의 교인들조차도 민망함에 얼굴을 들 수 없게 만들었다. 정말 보기 드문 지휘자의 모습이리라 생각하지만 이런 자가 지휘를 하고 있다는 것과 그 가운데 성가대원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해야 할 성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놀란 마음에 그 리허설과 실황을 끝까지 지켜봤는데, 지휘자의 표정은 화로 가득 차 있었고, 성가대원들의 표정은 긴장감에 굳어져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더 가관인 것은 지휘자의 근본없는 지휘였다. 도대체 그 지휘를 보고 어떻게 부르라는 것인지 그저 기가 막혔다. 이해하기 힘든 모션으로 쭉 뻗어 휘젓는 팔은 시종일관 ‘포르테시모(ff)’ 그 이상을 표현하는 것 같은데 입으로는 ‘피아노(p)’를 말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모습에 보고 있는 다른 성도들의 코에서도 긴 숨이 김으로 새어 나왔다.
성도들 대부분의 삶은 교회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주일의 예배와 섬김의 역할이 기쁘고 행복하면 한 주간의 삶 역시 행복하게 됨은 물론이고 감사와 기대의 시간을 만들어주는데, 이와 반대로 섬김의 일들에서 생기는 불편함과 갈등의 요소들은 한 주간의 삶을 곤고하게 힘겹게 만든다. 역할의 성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관계이다. 부족한 대로 적응하고 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지휘자와 성가대원들과의 관계가 먼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형성된 지휘자의 리더십과 성가대원들의 적극적인 순종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휘자는 리더로서의 탁월함이 있어야 한다. 음악적 지식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좋은 하모니를 연출할 수 있는 실력, 좋은 성품과 따듯한 포용력, 교회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함께 동역하는 자로서의 마인드, 선곡의 영성과 성가대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기대감을 갖고 섬길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지혜가 있는 리더로서의 자질이 있어야 한다. 지휘를 자신의 느낌대로 감각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공부하면서 자세를 교정하고 성가대원들과의 정확한 지휘 사인을 확실하게 공유해야 한다.
요즘은 성가대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들로 인하여 성가대를 없애는 교회들도 있다. 찬양팀의 역할을 더 늘이고 성가대원으로 섬기던 성도들의 포지션을 조금 더 넓고 유용하게 사용하고자 하는 조치인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교회의 담임목회자와 성가대 지휘자와의 불화, 감정의 대립으로 인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실력의 유무를 떠나 정말 좋은 지휘자들이 많다. 반면, 군림하고자 하는 권위의 지휘자들도 많다. 성가대 지휘자들에게 ‘나는 어떤 지휘자인가’에 대한 성찰이 있었으면 좋겠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성가대원들의 평가를 냉정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성가대원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고, 관계를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다. 외면하지 말고 돌아보아야 한다. 아무리 실력이 있고 뛰어난 능력이 있다고 해도 함께 하는 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힘들게만 한다면, 그 역할의 열매가 하나님 앞에 어떻게 드려질 것인가에 대해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감격이고, 그 찬양을 합창으로 지휘하는 지휘자의 섬김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쁜 사역이다. 지휘자의 손끝으로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소리들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이 일들은 분명 천사도 흠모할 아름다움일진데, 더 이상 바쁨과 부족함을 이유로 변명 뒤에 숨지 않고, 지휘자를 믿고 따르는 성가대원들의 순종하는 마음을 귀하게 여겨 한 걸음씩 함께 내디디며 기쁨으로 만들어 내는 하모니가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김성규 찬양사(교회음악감독, CM뮤직센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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