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계/선교와 전도

대영박물관 관람기(3) <우르 문명을 등진 믿음의 거장>

   우리는 지금 대영박물관 상층 56전시실을 관람하고 있다. 56전시실은 기원전 6000~1500년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출토된 자료들을 전시하는데, 고대 수메르 문명(기원전 3300~2360)의 발전을 엿볼 수 있다. 

  수메르 문명의 중심도시는 아브라함의 고향 우르이다. 역사적으로 수메르 문명은 최초로 바퀴를 발명하여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늘날에도 주운송 수단에 바퀴를 달아 이동하듯이, 아브라함 시대에도 이미 바퀴를 사용하여 이주한 흔적이 우르 왕묘 중에서도 가장 큰 묘에서 출토된 장식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56전시실에 전시된 이 장식장 안에는《마차가 다니는 장면》이 있다. 아브라함의 고향 친척 아비 집 우르에서는 이미 바퀴 달린 마차가 운행될 정도로, 당시 우르는 괄목할 만한 문명과 뛰어난 과학기술이 발전된 선진 사회였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장식장 맞은편에는 눈을 부시게 하는 전시품이 진열되어 있다.(사진1)(사진2)

 

(사진1) 아브라함 시대에 이미 바퀴를 사용하여 이주한 흔적을 왕묘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르 왕묘 장식장 단면”(사진_ 서진교 목사 제공)

 

(사진2) “우르 왕묘 장식장”(사진_ The British Museum 안내서)

아브라함 당시 우르의 여성들이 외출할 때나 파티와 향연이 있을 때, 주로 머리와 목에 걸었던 《여성 장신구들》이다. 이 장신구들에는 금장식이 어우러져 매우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보인다. 기원전 2,000여 년 전 아브라함의 아내였던 사라가 외출했을 때, 이 금장식 머리 화관과 목걸이를 걸었다면, 얼마나 예뻤을지 상상해 보라! 그 덕분인지 창세기 12장에는 사라의 미모와 관련한 실제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사진 3, 4)

(사진3) “우르 왕묘 여성 장신구” (사진_서진교 목사 )

 

(사진4) The British Museum 안내서 제공

  “그가 애굽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그의 아내 사래에게 말하되 내가 알기에 그대는 아리따운 여인이라 애굽 사람이 그대를 볼 때에 이르기를 이는 그의 아내라 하여 나는 죽이고 그대는 살리리니 원하건대 그대는 나의 누이라 하라 그러면 내가 그대로 말미암아 안전하고 내 목숨이 그대로 말미암아 보존되리라 하니라 아브람이 애굽에 이르렀을 때에 애굽 사람들이 그 여인이 심히 아리따움을 보았고 바로의 고관들도 그를 보고 바로 앞에서 칭찬하므로 그 여인을 바로의 궁으로 이끌어들인지라.”(창12:10~15)

  가나안 땅에 심한 기근으로 인해 아브라함과 사라는 잠시 이집트로 내려가게 되었다. 그때 이집트 왕과 신하들은 사라의 미모에 반했다. 물론 아브라함도 사라의 미모를 익히 알았던 터라 사라를 자신의 누이라 속이면서까지 그의 목숨을 지키려 했다. 이때 사라는 적어도 65세를 훌쩍 넘긴 나이였다. 그럼에도 그녀의 미모가 눈부셨던 이유는 아마도 우르에서 사용했던 장신구의 영향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당시 이집트 문명도 상당히 발전했으나, 우르의 선진 문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56전시실 안에 또 하나 주목할 전시품은 우르 왕실에서 사용했던《보드게임판》이다.(사진 5) 

(사진5) “우르 왕묘의 보드 게임판 (사진_ The British Museum 안내서)

  고대 문헌에 따르면, 2명이 각자의 말을 보드판 양 끝으로 옮기는 게임으로 3000년 동안 고대 근동에서 유행했다고 한다. 아브라함이 살았던 그의 고향 친척 아비 집의 문명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발달된 선진 사회였다. 

  흔히 “아메리칸 드림, 코리안 드림”이라 하여 이주는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향하는 법이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이주는 정반대였다. 아브라함은 우르의 선진 문명을 등진 채, 하나님의 약속만을 믿고, 갈 바를 알지 못하는 곳으로 무작정 떠났다. 히브리서 저자는 이러한 아브라함을 잘 소개하고 있다.(히 11:8~10):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의 유업으로 받을 땅에 나아갈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으며 믿음으로 그가 이방의 땅에 있는 것 같이 약속의 땅에 거류하여 동일한 약속을 유업으로 함께 받은 이삭 및 야곱과 더불어 장막에 거하였으니 이는 그가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지으실 터가 있는 성을 바랐음이라.

   하나님의 부르심에 믿음으로 순종했던 아브라함의 이주 결심은 그를 바퀴 달린 마차에서 내려 11번 신발로 갈아타게 했고, 대궐같은 집을 버린 채, 1평 남짓 텐트에 거주하게 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후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무너지고 사라질 이 땅의 것이 아닌,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지으실 터가 있는 영원한 성을 《믿음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믿음의 눈은 세상 문명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세계를 바라보게 한다. 믿음의 시야가 열리기를 소망한다.

서진교 목사(병영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