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가장 딱 들어맞는 곳이 바로 교회이다. 성경은 교회와 성도를 향해 가르친다.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히 10:25). 교회는 모여야 한다. 마음을 함께 하고, 한 장소에 모이고, 항상 모이기에 힘써야 한다.
자기 교회 교인들끼리만 모여서도 안된다. 지상의 모든 교회들이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개교회주의를 벗어나 한 지역을 섬기는 복음 공동체로 서로 연합해야 한다. 서로 경쟁하는 교회가 아니라 서로 연합하는 교회!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오늘은 개척을 하고 경험한 연합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어 볼까 한다.
# ‘목사님, 여름성경학교 다녀올게요’
어느덧 개척 5년 차가 되었다. 개척 3년 차에 만난 전세계적 전염병으로 2년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 다시 성도들과 교회에서 자유롭게 모임을 하게 된 상황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지난 2년의 경험으로 조심스럽기는 했지만,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성도들의 마음에 함께 모여 교제하며 떡을 떼기를 간절히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다. 이탈하는 성도 없이 교회가 안정적으로 고난의 시기를 지나왔음에 감사할 수 있었다.
그해 여름이 시작될 무렵 한 성도가 찾아와서 물었다. “목사님, 우리 교회는 여름성경학교 안 하나요?” 그 성도의 집에는 4살 된 딸이 있었다. 성도의 질문을 듣고 보니 교회에는 7살부터 2살까지 7명의 어린 자녀들이 있었다. 목사의 생각에 ‘아직 자녀들이 어려서 하기 힘들 것 같다’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몇 주 뒤에 그 성도가 와서 다시 말했다. “목사님, ㅇㅇ이 데리고 옆에 교회에 여름성경학교 다녀와도 될까요?” 그제야 알았다. 성도들은 자녀의 나이와 상관없이 자녀를 신앙으로 양육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개척교회 목사로서 성도의 필요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 성도님에게 “이번에는 그 교회 여름성경학교를 참석하고, 내년에는 정말 잘 준비해서 재미있게 여름성경학교를 해봅시다”라고 말씀을 드렸다.
# 뜨거운 감자!
그해 여름, 다른 교회들이 여름성경학교를 어떻게 하는지 탐방을 갔다. 그리고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작은교회에게 여름성경학교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다. 여름성경학교를 하자니 교회에 기껏해야 주일학교 학생들이 10명도 채 되지 않았고 섬길 수 있는 교사도 적었다.
실제로 성도가 50명, 80명이 모이는 두 교회를 탐방했는데 여름성경학교에 참석한 어린이는 두 교회 모두 10명 미만이었다. 넓은 예배당에 8명 정도 아이들이 앉아 있으니 즐거운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선생님은 열정적으로 찬양을 인도하는데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 있다. 심지어 연령대까지 다양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유치부까지 모이니 친구 없이 혼자 멀뚱히 앉아 있는 학생들이 있었다.
점심시간에 담임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목사님은 “이제 나이가 들어 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주일학교 학생이 몇이라도 있으니 안 할 수도 없고 참 고민입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하자니 어렵고 안 하자니 학생들과 부모들이 눈에 밟히고.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다.
# 연합에서 답을 찾다.
탐방을 마치고 교회로 돌아왔다. 문제는 세 가지, 인원, 교사, 재정. 여름성경학교를 실패(?)하지 않으려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1. 최소 15명 이상은 모여야 한다. 여름성경학교는 최소한의 어린이가 필요하다. 잔치도 사람이 모여야 재미있는 법이다. 어린이도 친구들이 많아야 재미가 있고, 교사들도 앞에 학생들이 어느 정도 앉아 있어야 힘이 나는 법이다. 2. 교사가 필요하다. 개척교회는 일할 일꾼이 부족하다. 적인 인원 안에서 교사가 찬양, 공과, 레크레이션, 식사를 다 준비해야 한다. 3. 돈이 필요하다. 여름성경학교는 인원이 많든 적든 기본적으로 필요한 재정이 있다.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답은 바로 “연합”이었다. 작은 교회는 여름성경학교가 어렵다. 그러나 연합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주일학교가 5명인 교회 세 개가 연합하면 어린이가 15명이 된다. 교사가 3배이다. 재정도 서로 분담하면 된다. 이렇게 인원, 교사, 재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답을 찾고는 너무 기뻤다. 작은 교회지만 여름성경학교를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기대가 넘쳤다. 함께 할 수 있는 교회를 찾아 나섰고, 서생에 있는 “행복한 전원교회”와 “남울산장로교회” 그렇게 작은 두 교회가 여름성경학교를 연합으로 하게 되었다.
#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 133:1)라는 말씀과 같이 연합의 결과는 달콤하고 아름다웠다. 말씀과 진행은 행복한전원교회를 담임하는 류주형 강도사와 내가, 찬양은 덕하교회를 청년 성소영 자매가 기꺼이 섬겨 주었다. 두 교회와 지인들의 자녀까지 19명의 어린이가 참석했다. 그야말로 여름성경학교는 대성공이었다. 지면이 짧아 다 소개하지 못해 아쉽다. 2박 3일의 여름성경학교를 마치고 어린이에게 물었다. “뭐가 제일 좋았어?” 아이가 대답했다. “전부 다 좋았어요!” 그렇게 연합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내년에도 함께 하자는 약속과 함께 여름성경학교를 마쳤다. 할렐루야!!
누군가는 개척교회가 힘들고 외롭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하나같이 감사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하다. 누군가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교회에는 성도들이 있고, 주변에는 나를 사랑하고 격려해 주는 목사님들이 있고, 우리 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는 이웃 교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렇다.
함께 하고 연합하는 교회들이 있어 남울산장로교회는 2024년 개척교회(기도소)에서 정식 교회(개체교회)가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 교회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개척하는 남편을 지지해 주고 가정을 잘 돌봐준 사랑하는 아내 이미림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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