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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선교와 전도

"개척 생존율 3% 시대에 희망을 품다"(3)

  하나님은 애굽에서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해 주셨습니다. 구원받은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로 나왔습니다. 광야는 하나님이 약속하신 땅으로 가는 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약속의 땅으로 가는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홍해에 막혀 바로 왕의 추격을 받았습니다. 수르 광야에 들어가서는 사흘 길을 가는 동안 물을 얻지 못했고 마라에 이르러서는 물이 써서 마실 수 없었습니다. 신광야에서는 고기가 먹고 싶어 불평이 생겼습니다. 르비딤에서는 아말렉의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광야는 위험과 결핍의 장소였습니다. 때때로 이스라엘은 불평하거나 원망하기도 했고, 하나님의 도움을 입어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개척의 과정에는 항상 위험과 결핍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사람은 때때로 불평하거나 원망할 수 있지만, 하나님은 불평하는 연약한 사람에게도 은혜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개척이라는 광야에서 만난 어려운 일들을 돌아보면 하나님의 도움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전 세계적 전염병

  개척을 하고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1년 반 동안 교회에는 새로운 식구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2020년의 시작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새로운 목회 계획을 교인들과 나눴습니다. 그러나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모든 계획이 수포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를 휩쓴 전염병 앞에 개척교회 목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금세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으로 변했습니다.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전도의 길이 막혔습니다. 자리를 띄워서 겨우 예배를 드릴 뿐 성도 간의 교제도 다른 어떤 모임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저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교회와 성도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시기를 기도할 뿐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낼 때, 거의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매주 하루를 금식하며 교회와 성도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광야는 그런 곳입니다. 아무것도 의지할 것이 없는 곳, 내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곳이 바로 광야입니다. 그곳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전 세계적 전염병을 만났을 때 비로소 조용히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기다리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조용히 바라보며 따라갔을 때, 그들은 광야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마라의 쓴 물은 단물로 변하여 입을 적셨습니다. 12개의 샘물과 70그루의 야자수가 있는 “엘림”이라는 장소도 만났습니다. 광야에서 단물과 샘물을 만나는 것보다 기쁜 일이 있을까요? 온 성도가 교회를 위해 기도하며 하나님을 바라볼 때, 하나님은 전염병의 상황에서도 단물과 샘물을 마시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셨습니다. 코로나19 기간 두 명의 청년과 젊은 부부가 교회에 찾아오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새로운 가족이 생겼고, 그중에 믿지 않던 부인 성도가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광야에서 만난 엘림이 아닐까요?!

- 아이구야, 교회 음향이 별롭니다. 

  개척교회 목사는 무엇을 가장 힘들어할까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제 경우에는 교회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없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 있는 개척교회 목사님들도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신천지라도 왔으면 좋겠다”라고 농담을 할 정도니까요. 그만큼 한 사람이 교회를 방문하는 일을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게 됩니다. 그러나 누군가 교회를 방문했다고 해서 마냥 좋지만 한 일은 아닙니다. 한 선배 목사님의 조언처럼 개척교회에는 ‘별의 별’ 사람이 다 오기 때문입니다.

  교회에 20명 남짓 성도가 모일 때였습니다. 코로나19도 어느 정도 지나가고, 제법 교회도 안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또 한두 달 방문하는 분들이 없으면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해지기 일쑤였습니다.

  하루는 주일 예배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60대는 되어 보이는 여성분이 예배 시간 전에 교회로 들어오셨습니다. “지나가면서 교회가 있는 걸 봤는데, 예배드리러 왔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기뻤습니다. 자리를 안내하고 주보를 드렸습니다. 곧이어 시작된 예배가 잘 마쳤습니다. 예배당 입구에서 성도들과 인사하며 나누고 있으니 새로 방문하신 분이 걸어 나왔습니다. 교회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가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목사님, 요즘 다른 교회 가면 음향이 좋아서 소리도 잘 들리고 하는데, 이 교회는 아이구야 음향이 별로네요. 사람들이 많이 오려면 음향이 좋아야 되는데….” 말끝을 흐리면서 교회를 빠져나가는 분에게 그래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데 마음이 참 씁쓸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예배당은 남울산장로교회가 오기 10년 전에 어느 교회가 리모델링과 음향 시설을 한 장소였습니다. 그러니까 12년이 넘은 음향 시설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죠. 시설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예배를 드리기에 부족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음향이 좋지 않다’라는 말을 들으니 막막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음향 시설을 새로 할 돈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고, 부족한 것을 채워달라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하나님은 기도에 응답해 주셨습니다. 갑자기 동기 목사님이 연락이 왔습니다. 아는 권사님이 유치원을 하시는데 개척교회를 돕고 싶어 하신다는 전화였습니다.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모르겠지만, 불쑥 교회 음향을 다시 해야 하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권사님은 기도해 보시겠다고 하셨고, 며칠 뒤에 헌금을 보내 주셨습니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교회 음향 시설을 새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도 ‘이건 돌에서 물이 터져 나오는 것만큼이나 큰 기적이야’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올 정도입니다.

광야는 위험하고, 결핍이 있고, 때로는 답이 보이지 않는 장소입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은 은혜로우시며 인자하신 분입니다. 개척은 하나님이 주시는 시원한 생수를 마시는 기쁨을 맛보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이경현 목사(남울산장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