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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다음세대

개척 생존율 3% 시대에 희망을 품다(2) - 광야에서 만나를 맛보다

빵이 다 떨어졌을 때 만나가 내리기 시작했고, 가나안에 들어가 그 땅의 소산물을 먹은 다음 날 그쳤다

 

  어릴 적 주일학교에서 말씀을 듣던 시절 저에게는 간절한 기도 제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하나님 제발 만나가 무슨 맛인지 맛보고 싶어요’ 만나는 깟씨 같이 희고 맛은 꿀 섞은 과자 같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꿀도 맛있고 과자도 맛있는데 두 가지를 섞었다니 얼마나 맛있을까요?

  만나가 내린 시기를 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이집트에서 먹던 식량이 떨어졌을 때 만나가 내리기 시작했고, 가나안에 들어가 그 땅의 소산물을 먹은 다음 날 그쳤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의지할 것이 있을 때는 만나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세상에서 구할 것이 없을 때 하나님은 만나로 자기 백성을 먹이셨습니다.

  개척교회는 광야입니다. 이집트에서 가지고 나온 빵과 먹을 것이 다 사라진 장소입니다. 놀랍게도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을 때 하나님은 만나를 내려주시기 시작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개척 초기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그중에는 하나님이 먹여주신 달콤한 만나 이야기도 있습니다. 

  남울산장로교회를 개척하고 저희 가정을 포함해 6명이 함께 예배하고 있었습니다. 개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학교 시절 친하게 지내던 동생 강도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아는 동생이 울산에 있는데 신천지가 접근하는 것 같다고 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소개받은 청년은 군대에서 처음 교회를 다니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교회를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신천지가 접근하자 두려운 마음에 강도사 동생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습니다. 문자를 보내고 상황을 들어보고 신천지에서 떨어질 것을 권했습니다.

  세례를 받았지만, 교회를 다니지 않는 청년을 만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문자를 보내고 연락을 주고 받기를 수개월, 청년을 만난 것은 처음 연락을 주고받은 지 4개월쯤 지나서였습니다. 식사하고 교회에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렇게 신천지를 두려워하던 청년은 우리 교회에서 새신자 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새신자 교육을 마치고 한 청년이 교회에 정식으로 등록하게 되었을 때의 기쁨은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교회에 주신 첫 열매입니다. ‘이런 시대에도 전도가 되는구나!’하는 것을 확인 시켜준 경험이었습니다. 주님은 이제 막 시작한 작은 교회를 통해서 이단에 빠질 위험에 처한 한 청년을 구원해 주셨습니다. 

 

“처음 가 보는 길”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이 해결해 주셨습니다.”

  개척교회는 모든 것이 처음 가는 길과 같습니다. 해보지 않고 경험해 보지 않은 일들을 만나 적잖게 당황하기도 하고, 방법이 보이지 않아 기도하는 일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교회를 개척하고 만난 가장 큰 문제는 물이 새는 문제였습니다.

  남울산장로교회가 오기 10년 전, 같은 장소에 있었던 교회를 섬기셨던 장로님을 만났습니다. “우리도 물과 곰팡이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릅니다. 매주 교인들이 모여 빨리 지상으로 올라가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지하에 있는 교회가 물 때문에 고생한 것이 10년이라면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요? 10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내가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인들과 함께 모여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도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장소에서 예배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였습니다. 그때 물이 새어 들어오는 방향에 있는 창고에 들어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가 1층에서 좁은 입구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 창고가 있었습니다. 거미줄 쳐진 아무도 들어가 보지 않은 창고 같은 곳이었습니다. 사다리로 내려가면 다시 또 사다리를 내려 두 번째 좁은 통로로 내려가야 했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좁은 장소에는 많은 양의 물이 고여있었습니다. 비가 오면 거기서 물이 넘쳐서 교회로 흘러 내려왔습니다.

  고여 있는 물을 보자마자 그곳에 땅을 파서 수중펌프를 묻으면 물이 예배당으로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장 상가 주인에게 부탁했고, 상가 주인의 허락으로 땅을 파고 수중 펌프를 묻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같은 장소에서 물이 흘러넘치지 않았습니다. 물을 퍼내는 수고가 사라졌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창고에 들어갈 생각을 한 것도, 땅을 파고 펌프를 설치할 생각도 하나님이 주신 지혜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가끔은 너무 어려워 보이는 일도 하나님이 쉽게 해결해 주실 때가 있구나 감사했습니다. 

 

 “뜻 밖의 선물로 교회가 뽀송뽀송 해졌어요!”

  물을 퍼내는 수고는 덜었지만, 습기 찬 지하에서 쾌적하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멉니다. 물이 새지 않는 것만 해도 감사하며 지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반가운 부부가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아내가 부산에서 청년부로 함께 활동했던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우리 교회를 찾아왔습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교회를 둘러보던 차에 소방관으로 일하던 남자분이 말했습니다. “목사님, 지하에 이렇게 가정용 제습기 두 개는 너무 적습니다. 제가 좀 더 큰 제습기를 하나 사드리겠습니다.” 이미 두 개의 제습기를 예배당에 매일 돌리고 있었는데, 이게 부족하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교회에 큰 제습기가 하나 배달이 되었습니다. 1일 제습량이 120L나 되는 큰 제습기였습니다. 개척교회 형편에 사기 힘든 상업용 제습기였습니다. 선뜻 교회를 위해 큰 선물을 해준 젊은 부부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보내주신 만나처럼 달콤한 선물이었습니다. 제습기를 바꾸고 교회는 습기가 제거되다 못해 뽀송할 정도였습니다. 그 주일에 교회에 들어오는 성도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목사님, 교회가 뽀송해졌는데요? 이제 여기서 잘 성장할 때까지 머물러도 되겠는데요?” 성도들의 표정에는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젊은 가정들이 모여있는 교회, 어린 자녀들이 있는 교회에 하나님이 주신 달콤한 선물이었습니다.

 

이경현 목사(남울산장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