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다름과 각가가 가진 개성과
다양성이 존중받는 문화가 많아지길
한 번은 교회 사무실로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걸려 왔다. 다른 교회를 다니는 어떤 남자 성도님이셨는데, 지인으로부터 우리 교회를 소개받고, 다문화교회인 우리 교회가 궁금해서 전화를 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물으셨다.
“목사님, 다문화교회가 뭐예요? 솔직히 저는 다문화가 싫어요.”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본인은 영어학원을 운영하면서 영어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인데 필리핀 여자분을 만나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다니는 교회에는 본인처럼 국제 결혼을 한 가정이 없고 한국인들만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른 한국 성도님들이 본인들 부부나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 ‘다문화 가정’이라고 부르며 조금 다르게 대하더라는 것이었다. 본인은 아내를 사랑해서 연애 끝에 결혼을 했고,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데, 아내가 필리핀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들을 조금 불쌍하게 쳐다보고 낮추어 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은 ‘다문화’라는 말이 싫다고 했다.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가 교회 안에서 잘 모르면서, 아무 의도 없이 차별을 하는 경우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말을 하시거나 그렇게 쳐다보고 대하는 분들의 선한 의도와 배려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죽는다’는 말처럼, 아무런 악한 의도 없이 무지에서 비롯된 시선과 말과 행동이 상처를 주는 경우가 주변에 적지 않다. 그분의 마음과 상황을 공감해드리며, 다문화 교회가 무엇인지 설명해 드렸다.
“보통 ‘다문화교회’ 또는 ‘다인종교회’라고 할 때는, 하나의 인종, 민족, 국적, 언어, 문화가 지배적이지 않는 교회, 그 교회 구성원의 90%를 넘지 않는 교회를 말합니다. 저희 교회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오신 분들이 있는데요, 그 중에 한국인과 필리핀인 그룹이 가장 많지만 그래도 전체에서 50%를 넘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 교회에서는 예배나 모임, 사역을 오직 한국식으로 진행하지도, 또는 필리핀이나 미국 등 외국식으로 진행하지도 않고 다양한 문화의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따라서 저희가 말하는 ‘다문화’는 문화나 표현방식을 가리키는 것이지 어떤 특정 그룹이나 사람을 가리키지 않아요. 우리 한국 사람도 다문화에 포함됩니다. 한국 사람들을 포함해서 우리 스스로를 가리켜 다문화 공동체라고 하지, 국제결혼 가정 또는 그 가정의 자녀들을 가리켜서 다문화라고 부르지 않아요. 다문화는 사람이 아니라 문화를 가리키는 표현이니까요.”
우리 교회가 추구하는 다문화는 모든 것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획일화 된 문화가 아닌 서로의 다름과 각가가 가진 개성 및 다양성이 존중받는 문화다. 우리 시티센터교회는 미국의 초기 다문화 정책이었던 ‘멜팅팟’(melting pot: 용광로) 이론처럼 모든 것을 하나의 지배적인 언어, 지배적인 문화의 방식으로 통일시키는 교회가 아니다. 오히려 캐나다의 다문화 정책 ‘샐러드볼’(salad bowl 또는 mixing bowl) 이론처럼, 각 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 색, 향이 그대로 살아서 서로 잘 어울려서 하나의 맛과 멋을 만들어내는 비빕밥과 같은 공동체이다. 외부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야 할 필요도 없다. 외국인 신자가 구원받기 위해 한국인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 된다. 하나님이 우리를 지으신 모습 그대로, 우리에게 주신 조건 그대로 하나님을 예배하고 섬길 수 있어야 한다.
다문화교회가 어떤 교회인지 나의 설명을 듣고 오해가 풀리며 비로소 안심이 된 성도님은 바로 그 주일에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교회로 왔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함께 예배하고 교제하는 모습, 한국인이라고 주인 노릇하지 않고, 외국인이라고 손님처럼 여기지 않는, 누구나 소속될 수 있고, 누구나 환대받는 분위기를 보며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너무나 행복해 했다. 무엇보다 본인들과 동일한 한국인-필리핀 커플을 여럿 만날 수 있었고, 한국인-미국인 커플, 한국인-캐나다인 커플, 중국인-한국인 커플, 남아공인-한국인 커플 등 다양한 국적의 국제결혼 가정들이 있어서, 여기서는 자신들이 더 이상 남들의 시선과 주목을 받지 않고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처럼 여겨져서 너무 좋다며, 이런 공동체를 결혼한지 10년만에 이제라도 찾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부부가 둘 다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참 감사했다. 그분들의 고백을 통해 다시금 우리 도시에 이런 교회가 정말 필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낯선 이주민들의 도시인 울산에서 지금껏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외로움을 겪던 분들이 우리 교회에 와서 몇 년 또는 몇 십년 만에 드디어 소속감을 느끼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친구들을 찾을 수 있어서 참 감사했다. 시티센터교회는 울산에 있는 약 6백개 교회 가운데 최초의, 그리고 아직까지는 유일한 다문화교회지만, 머지 않아 우리 도시 안에, 그리고 우리 나라 안에 누구나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다양성이 존중받는 우리 교회 같은 다문화교회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소망하게 되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다문화교회들이 많아져서 “이 교회에서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없고 제가 맞지 않는 옷을 입지 않아도 되어서 정말 좋아요. 가족 같고, 집 같이 편안해요.”라고 느끼는 분들이 우리 도시 가운데 많아지게 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신치헌 목사 시티센터교회
'교계 > 교계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락하신 세월을 믿음으로 잘 견뎌내게 하소서" (1) | 2023.11.09 |
---|---|
진리와 빛을 부정하는 ‘거짓말’ (0) | 2023.11.09 |
제7회 울산극동포럼 개최 (0) | 2023.10.26 |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자” (0) | 2023.09.26 |
울산혈액원, 헌혈홍보위원 간담회 및 위촉식 개최 (0) | 2023.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