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신소설가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분법의 상처, 모스타르 얼마 전 문학 모임에서 한 분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절대 선’을 설파해 참석자들이 피로를 느낀 일이 있었다. 정책 사안에 따른 호불호가 아니라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니까 모든 정책이 옳다’는 논리는 이분법에 가까워 보였다. 흑백논리에 근거한 이분법은 객관성과 다양성이 결여돼 지나치게 단순한 결론을 만든다. 더욱이 적대적 그룹을 만들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니까 모든 정책은 악하다’는 결론에 이르면 사회적 오류를 낳는다. 이분법을 개인에게 적용하면, ‘저 사람의 어떤 행동이 싫다’가 아니라 ‘저 사람이니까 모든 행동이 싫다’라는 논리가 되는 것이다.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무지한 이분법을 도처에서 목격하게 되는데, 그 참상이 가장 선명했던 도시가 ‘모스타르’였다. .. 더보기 열정의 두 얼굴, 코린토스 성형수술 전후의 변화를 다룬 동영상이 유튜브 조회 수백만 회를 상회하곤 한다. 주목받지 못하던 얼굴이 몇 번의 성형수술로 드라마틱한 개선을 거듭한 결과 추앙받는 여신이 되었다는 광고성 내용이다. 결론은 ‘평범한 당신도 여신이 될 수 있으니 지금 당장 수술대에 오르라’는 주문과도 같다. 여성들이 가진 미의 욕구와 신화의 환상 이미지를 섞은 콘텐츠에 구독자들은 열렬하게 반응한다. 아름다움의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지만 그것이 ‘여신의 탄생’이라는 헛된 열정으로 연결될 때 자아 숭배로 오염될 수도 있다. 세상은 그리스 신화의 여신 ‘아프로디테’나 로마신화의 여신 ‘비너스’를 아름다움의 근원으로 추앙하지만, 그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상 숭배와도 맞닿아 있다. ‘아름다움의 총화’를 상징하는 ‘미의 여신’의 실.. 더보기 우위 본능의 극치, 베르사유 얼마 전 한 문우가 내게 인스타그램 활동을 시작해 보라고 권했다. 소설작품으로 독자와 소통하기에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며 자신도 얼마 전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간곡한 조언에 SNS의 순기능을 믿으며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보았다. 이미 출간한 다섯 권의 책 사진을 올리고 지인 몇몇과 친구가 되었지만, 성정에 맞지 않아 며칠 만에 비공개로 전환해버렸다. 인스타그램을 열면 쏟아지는 내용들이 인간 세포에 새겨진 지독한 욕망 같아 불편했다. 많은 경우, 자신이 가진 부와 아름다움이 상대방보다 우위에 있다는 걸 증명하려는 듯했다. 물론 개인의 추억 저장이나 진솔한 삶의 공유, 선한 목적의 연대 등 순기능도 있겠지만 곳곳에 과대 포장과 허세가 난무했다. 자기표현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고 죄가 아니지만, 문제.. 더보기 아빠의 숨겨진 "꿀빵 레시피"를 찾아라 하루 만에 아빠는 ‘빵장수 은호 씨’에서 ‘중환자 은호 씨’가 되고 말았다. 「30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었다. 허기진 아이들이 꿀빵을 먹고 힘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까, 라는 소망으로 글을 썼다. 친구를 의미하는 단어 companion은 라틴어 com(together)과 panis(bread)가 만나 만들어졌다고 한다. ‘함께 빵을 먹는 사이’가 곧 ‘친구’라니, 빵을 굽 듯 글을 쓰면 독자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 같아서 행복했다. 내 곁에 머물던 ‘꿀빵 장수 이은호 씨의 딸 이노래’는 이제 친구들에게로 떠난다. 비록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처럼 모습은 초라할지라도 응원받으며 힘있게 나아가길 기도한다. 부디 이노래의 노래가 친구들에게 맛있는..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