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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특별기고

조상 제사에 대한 기독교인의 자세

 

기독교 전래 이후 엄청난 수난과 
박해를 받아온 조상제사 문제

온 가족이 교제하는 행위 자체는 
매우 긍정적…기독교 신앙으로 초대할 수 있는 기회로 

주님의 지혜를 구하며 
단호하고 바른 기독교적 태도를 지녀야 해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답변한 43.9% 가운데 기독교 신자의 수가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독교는 우리의 종교가 아니라 서양의 종교로 인식되고 있을 뿐 아니라 문화적인 요소들과의 갈등이 상존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심한 갈등이 조상제사와 관련된 문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특히 민족의 명절 한가위가 오면 기독교인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조상 제사에 대한 의문과 함께 믿지 않는 가족과의 갈등을 고민하게 된다. 즉, 기독교인으로서 제사행위에 참석해도 되는지, 참석해야 한다면 어느 정도 범위에서 그 제사행위에 참여해야 되는지에 대한 문제로 적지 않은 갈등 속에서 명절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유교적 전통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제사는 전통적인 가족공동체를 위해서 필수적인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때문에 기독교가 이 땅에 전래된 이후 조상제사의 문제로 엄청난 수난과 박해를 겪어야만 했었다. 그런데 조상제사는 우상숭배라고 거부했던 천주교는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일본과 이탈리아 무솔리니와 동맹을 맺고 있는 상태에서 로마의 교황청이 ‘신사참배’는 국민의 국가에 대한 예의라고 하면서 이 땅에서의 조상제사도 허용되었다. 그리하여 오늘의 천주교에서는 ‘미사’의 형식을 견지하면서도 제사상을 차리거나 그 앞에서 큰 절을 하는 것까지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제사의식과 별로 갈등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개신교의 경우에는 여전히 극단적으로 두 가지의 견해가 있다. 즉 조상에 드리는 제례의식은 우상숭배가 아니고 다섯째 계명의 부모 공경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허용해도 된다는 견해와 죽은 조상에게 절하는 것은 명백한 우상숭배이기 때문에 성서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결국 교회는 나름의 방식으로 추도식과 추도예배, 추모제 등의 명칭으로 예배 형식의 제사를 지내고 있다. 그러나 추도예배를 드리는 교회들에서나 가정에서도 사소한 관례와 절차 때문에 갈등이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지면상 제사의 옳고 그름에 대한 신학적인 이야기는 거론하지 않겠다. 다만 제사가 가지고 있는 본래적 긍정적인 의미를 살펴보고, 기독교인으로서 제사와 관련하여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유교에서 가르치는 제사에는 세 가지의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돌아가신 이에 대한 그리움의 상징적인 표현으로 그가 살았던 삶을 후손들에게 들려주면서 유훈(遺勳)을 되새기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돌아가신 이의 이름에 결코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돌아가신 선조에 대한 제사를 행함으로써 살아 있는 어버이와 웃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갖게 되고 생전에의 효를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다. 여기에는 효를 동반한 지극한 정성이 강조된다고 할 것이다. 셋째는, 공동체 의식의 확립이다. 그러니까 형제자매들이 분명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하나가 되는 시간이다. 제사는 아직도 혈연공동체의 일체감을 묶어주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제사는 단순히 죽은 조상들에 대한 의식만 아니라 살아 있는 자손들과의 혈연공동체도 재확인하고 결속을 다짐하는 시간이다.


  사실 현대의 바쁜 시간 속에서 각자의 일들로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는 현실에서도 온 가족이 유일하게 모이는 날이 제삿날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장 정성들여 받들어야 할 의례로서 제사를 인식해 왔었다. 그래서 설 명절이나 결혼식 등에는 바쁘다는 이유 등으로 참석하지 않을 수 있지만 조상 제사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빠질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가정행사로 이해를 해 왔었다. 그런 점에서 위에서 말한 제사가 주는 긍정적인 기능들을 외면할 수는 없다.


  사실 단순히 조상을 받들고 추모하는 것이 제례라면 기독교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기독교에서도 ‘추모예식’이라고 해서 돌아가신 분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더 나아가 우리에게 가족을 주시고 조상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은 당연한 본분이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것이 십계명에도 있듯이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추도일에 함께 온 가족들이 모여 추모예식을 드리는 것은 후손들의 당연한 도리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죽은 신령에게 음식을 바치며 기원을 드리는데 있다. 현재 제사는 유교의 제사제도가 무교(巫敎)와 혼합된 것이기 때문에 십계명과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가 된다.


  결론적으로 기독교적 관점에서 제사와 관련하여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명절이나 온 가족이 모이는 날에 가족과 친지들이 만나서 서로 교제하는 행위 자체는 매우 좋은 것이다. 기독교인이기 전에 한국인으로, 소중한 문중의 일원으로 태어나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생각한다면 가족들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또 자녀들에게 자신의 뿌리와 혈연적 유대감을 갖게 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인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제사에 반대한다고 해서 가족과 친지들이 만나는 즐거운 모임 자체를 무조건 비난하거나 아예 가족이나 친지들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것은 그분들을 기독교 신앙으로 초대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막아버리는 잘못된 태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기독교인으로서의 바른 신앙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여러 가족과 친지들에게 기독교 신앙 도한 가족이나 조상의 중요성에 감사하는 마음을 강조한다는 점을 공손히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기독교가 제사에 반대하는 이유를 차분히 설명한 후에 제사 예식이 진행될 때 뒤에 다소곳이 앉아 여러 가족들과 친지들을 위해 기도하고, 특히 가족 중에서 여러 어려운 환경에 있는 분들을 평소에 챙기고 또 그런 자리에서 그분들을 위로하고 마음으로 기도한다면 기독교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누그러뜨릴 수도 있고 또 그분들도 기독교에 대해서 마음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제사 문제는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이다. 각 가정마나 독특한 문화와 정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가 지혜를 구할 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않으실 것을 약속하고 있다. 제사 문제라는 어려운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주님의 지혜를 구해야 한다. 그래서 믿지 않는 가족들을 복음으로 초대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바른 기독교적 태도를 지니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주철 목사
Ph.D, 언양영신교회 목사 
계명대학교 및 영남신학대학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