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아진 바지를 들고 수선집 몇 군데를 돌았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두꺼운 천이라 바짓단으로 덧댈만한 조각천이 없다며 가는 곳마다 퇴짜를 맞았다. 바지 한 벌 값 아끼려다 못 갖춘 자존감이 12층 발코니에서 꽃무늬 팬티처럼 떨어지는 기분이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동안 단이 짧아진 겨울 해가 동백나무 가지 끝에 걸렸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오후 네 시에나 문을 여는 브니엘 수선집이다. 간이침대에서 일어난 주인이 돌돌 말 린 레이스 똬리를 풀었다. 꾸불텅꾸불텅 뱀 한 마리가 재 봉틀 옆에서 춤을 춘다. “이거라도 달든지······. 되레 매력 있지요?” 고개를 끄덕이자 한 뼘 드러난 발목을 덮어 줄 레이스 달린 뱀이 재봉틀 위를 달린다. 순식간에 치렁 치렁 레이스를 드리운 바지를 들고 수선집을 나선다. 입 을 때 발은 천천히 넣어야겠다. 혹시 내 발톱의 거스러미 가 레이스 달린 뱀을 깨물면 안 되니까.
수선집을 찾아 헤매는 중 짧아진 생각, 짧아진 웃음, 짧아진 마음의 길이를 맞추느라 진땀 흘린 하루였다. 바지의 못갖춘마디를 채우고 나올 때 남은 뱀의 꼬리 는 수선집 주인의 긴 하품 끝에 달아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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