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교회 사역을 하면서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은 늘 사람을 떠나보내고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우리가 이별하는 시점을 미리 알고 마지막 헤어짐을 준비할 수 있지만, 가끔은 그 이별이 매우 갑작스럽게 찾아오기도 한다. 특별히 영어 멤버들이 건강 문제나 사고, 또는 비자가 만료되어 미등록(불법) 체류자로 있다가 출입국 사무소의 단속에 걸려서 갑자기 본국으로 떠나야 하는 경우가 그렇다.
작년 10월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우리 교회를 신실하게 섬겨오던 필리핀 출신의 Sharon과 Leny 자매가 출입국 사무소 단속에 걸려 본국으로 추방을 당해야 했다. 미처 작별 인사를 할 타이밍도 없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감사하게도 11월에 필리핀에 갈 기회가 있어서 갔다가 Sharon과 Leny 자매를 심방할 수 있었다.
“갑자기 귀국하게 되어 많이 놀랐죠? 어떻게 지냈어요?”라고 물었더니 Sharon 자매로부터 예상 밖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너무 좋아요! 사실 한국에 있을 때는 하루하루가 불안했고 두려웠어요. 언제 갑자기 잡힐지 몰랐거든요. 그런데 이제 필리핀에 돌아오고 나니 마음이 너무 편하고 좋아요. 이제 걱정할 것도 없고, 두려워할 것도 없어요. 그리고 집에 와서 보니, 그동안 제 조카가 저를 보고 싶다고 집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어요. 저는 갑자기 그런 일을 겪고 귀국해야 했지만, 그건 다른 누군가의 기도 응답이었어요. 지금은 이렇게 된 게 오히려 더 감사해요.”
정말로 감사하고 놀라운 고백이었다. 정말 그렇다. 때로 우리는 인생에서 뜻하지 않은 일을 만나기도 한다.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을 갖게 되거나, 계획했던 일들이 계획대로 안 될 때가 있고, 원하지 않은 일들이 갑자기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틀어졌고, 하나님도 어쩔 수 없이 우리 삶에 플랜 A가 아니라 플랜 B로 이끌어가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모든 것을 아시고 모든 것을 행하실 수 있는 주권자이신 하나님의 계획에는 결코 실패나 플랜 B가 없다. 그분께는 언제나 플랜 A만 있다. 우리의 실수나 실패, 뜻하지 않은 갑작스런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하나님은 결코 놀라는 법이 없으시다. 우리의 실패 때문에 하나님께서 플랜 B로 바꾸셔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까지도 사용하셔서 자신의 섭리 가운데 여전히 플랜 A를 이루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우리 생각보다 계획보다 훨씬 크신 하나님이시다.
사도 바울은 복음을 전하다 로마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리고 빌립보 교회에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형제들아 내가 당한 일이 도리어 복음 전파에 진전이 된 줄을 너희가 알기를 원하노라 이러므로 나의 매임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시위대 안과 그 밖의 모든 사람에게 나타났으니 형제 중 다수가 나의 매임으로 말미암아 주 안에서 신뢰함으로 겁 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더욱 담대히 전하게 되었느니라”(빌 1:12-14)
바울이 감옥에 갇히게 되자 일부의 사람들은 이것을 바울의 복음 사역의 실패로 보았다. 그러나 바울은 빌립보 교회 성도들을 위로하며, 이것이 오히려 복음 전파에 진전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바울이 감옥에 있으니 감옥에 있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바울이 감옥에 갇힌 소식을 들은 형제들이 오히려 더욱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복음전도자 바울은 감옥에 갇혔지만, 바울이 전한 복음은 결코 갇히지 않았다. 어떤 것도 하나님의 계획을 실패로 만들 수 없다.
누구보다 실패와 뜻하지 않은 일을 겪은 사람이 있다면 바로 나오미였을 것이다. 나오미는 행복을 꿈꾸며 남편과 두 아들을 데리고 모압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해외 이민 10년 만에 사랑하는 남편과 두 아들을 모두 잃고, 남은 이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모압인 며느리였다. 마침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돌보셔서 고향 베들레헴에 먹을 양식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행복에 대한 꿈은 무너졌고, 실패와 좌절과 쓴 고통만 가지고 귀국한다. 그러나 모압인 며느리 룻이 그녀와 함께 동행하기로 결단하면서 반전이 시작된다.
룻이 베들레헴에 유력한 자이자 엘리멜렉 가문의 기업 무를 자였던 보아스의 밭에 이르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된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오벳은 나중에 위대한 왕, 다윗의 조상이 되고, 나아가 온 세상의 왕이자 교회의 기업 무를 자이신 예수님의 조상이 된다. 이 모든 일들이 나오미가 해외 이민 생활에서 아픔과 실패를 겪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뜻하지 않은 귀국을 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하나님은 끝까지 나오미와 룻을 향한 최상의 시나리오, 플랜 A를 이루고 계셨던 것이다.
롬 8:28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하나님은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어떤 박해나 고난, 심지어는 어떤 실패와 좌절의 경험을 통해서도 여전히 자신의 최선의 뜻과 최상의 시나리오를 이루신다. 그래서 하나님의 주권적인 섭리를 믿는 그리스도인의 인생에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고 고백하고, 오직 하나님의 플랜A만 이루어진다고 고백할 수 있다.
God is good! All th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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