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계/교계일반

겟세마네

겟세마네 동산의 올리브 숲, 그 열매

  봄빛 채소 샐러드 속의 검정색 올리브 열매를 보고 있자니 문득 수년 전에 본 겟세마네 동산 올리브 나무숲이 떠오른다. 기드론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예루살렘을 마주한 동산은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마가 요한의 다락방에서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마친 예수님은 기드론 골짜기를 건너 감람산으로 가셨다. 그 골짜기에 흐르는 시내는 일찍이 압살롬을 피하는 다윗왕과 함께했던 백성들이 크게 울며 건넜고, 아사왕이 어머니가 만든 아세라 목상을 찍고 빻아 불살랐던 곳이다.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동산으로 걸어 들어가며, “내가 저기 가서 기도할 동안에 너희는 여기 앉아 있으라.” 하신 주님

< 제자 8인은 >

- 이 싸늘한 3월 밤 기온 속에 그저 앉아 있어야 하나? 우리, 오늘 마리아가 부은 향유에 대해 얘기해보는 건 어때  

- 좋아. 그녀가 주님의 머리에 부은 향유는 얼마짜리라고 했지?  

- 그것을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는 게 좋겠다는 가룟 유다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 맞는 말이잖아. 우리 중 몇이 유다의 말에 합세했고…

- 어떻게 그 향유가 서른세 살 청년인 주님의 장례를 준비한다는 거지? 

- 그런데 가룟 유다는 어딜 간 거야? 아까 심부름 하러 가는 것 같던데?

- (모두 잔다.)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할 때 우리는 고난 속에서 빛나는 영광을 보게 됩니다.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데려가시다가 “내 마음이 매우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 고 말씀하신 주님은 돌멩이를 던질 만큼 떨어진 자리에서 얼굴을 땅에 대셨다. 땀이 핏방울처럼 땅에 떨어졌다.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 14:32-36)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배신한 제자가 이끈 로마 군사들에 의해 주님은 그 동산에서 잡히셨다. 그것이 주님이 기도한 ‘아버지의 원’이었다. 주님이 걷고, 엎드리고 땀 흘린 그 땅은 다윗왕과 함께 한 백성들의 울음소리도, 아사왕이 목상을 찍고 빻고 불사르며 했던 탄식도, 한 치 앞을 알지 못하던 제자들의 이야기도, 주님의 기도도 흡수했다. 

  모세가 “내가 오늘 하늘과 땅을 불러 증거를 삼노라.”고 하고, 예레미야가 “땅이여, 땅이여, 땅이여, 여호와의 말을 들을지니라.”고 한 것처럼 오늘 내가 서 있는 이 땅도 내 말을 듣고 나에 대해 증언하리라. 언젠가 내 영혼이 주께로 돌아가는 날, 내 육체를 받아들일 이 땅을 오늘도 겸허한 마음으로 밟고 선다.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전1:4)

 

                                    이경애 사모(국제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