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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후

철책선 사계절 군 복무 중에 최전방 휴전선을 지키는 경계 작전에 일 년 간 투입되었다.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강원도 어느 철책에서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사계절을 보냈다. 야간 경계 근무를 마치고 소초 막사로 돌아오던 어느 아침, 저 멀리 안개가 자욱한 풍경을 보면서 여기를 떠나면 무척 그리워질 것만 같았다. 그 풍경을 담아두고 싶었지만, 디지털카메라가 막 공급되기 시작하던 시기라 감히 엄두를 못 내었다. 설령 카메라를 장만하더라도 보안 문제로 실제 찍을 수도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시절, 그 풍경은 점점 더 그립기만 했다. 처음 철책 경계 작전에 투입되었을 때는, 살을 에는 추위로 주위 풍경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부족한 잠과 적응해 나가야 하는 수많은 일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살기 위해 눈을 치우고 또.. 더보기
까막눈 프랑스 출장 중에 잠시 쉬어갈 여유가 있어 노천카페를 들렀다. 직원이 다가와서 주문을 받았다. 영어로 커피를 주문했더니 알아들을 수 없는 불어로 대답을 했다. 동일하게 다시 주문했지만 계속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돌아왔다. 도저히 대화가 되지 않아서 일행 중 회화에 능통한 사람을 찾아서 겨우 주문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원하는 커피가 따뜻한 것인지 차가운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되물었던 것이었다. 짧은 출장 일정에도 말과 글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문맹’으로 사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관광지나 외국인을 배려하는 곳이라면 조금은 소통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일 때는 꼭 필요한 일정 외에는 숙소 밖을 나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럴 때면 외국어 공부를 다시 해볼까 싶어진다. 그러다 영어도 어설픈데 또 다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