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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성제수필가

[7월의 산책] 선암 호수공원에서 기도의 길을 청포도가 익어가는 7월이다. 선암동 호수공원을 찾아가본다. 공원 진입로의 동네가 어수선함이 일상 같다. 그 동네만의 분위기가 묘하다. 사람 살지 않는 곳이 없다는 것을 도심 속에서 느끼다니 왠지 곧 사라질 것만 같은 그런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오래 볼 수 있었으면 싶다. 공원은 호수를 낀 둘레길로 감싸여있다. 둘,셋, 넷도 좋지만 혼자 걸어도 혼자가 아닌 길. 여름 작열하는 태양도 아랑곳없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길이다. 하지만 호수가 뿜는 물 냄새, 낮은 동산에서 내려오는 싱그러운 나무 냄새를 느끼노라면 함께 한 친구들도 서로 조용해지는 산책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선암호수공원의 대표적 관광소라고 해야 할까. 겨우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교회와 성당과 절이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신앙을 가.. 더보기
4월의 산책, 반구대 암각화 땅 빛이 짙어가고 바람도 힘을 빼는 4월. 푸슬푸슬해진 들판엔 녹비로 바쳐질 자운영들이 환하다. 바이러스가 준 암울함의 껍질일랑 벗고 연둣빛 속살로 어깨동무하는 산을 보며 자연 깊숙이 쏘다니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울주군 대곡리로 향한다. 반구대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우선 추진 대상에 선정이 되었다. 2025년에 등재를 목표로 현재 학술과 연구가 활발히 추진 중이라니, 수천 년이 지난 지금에야 꿈에서 깨어날 것만 같은 반구대. 거북 모양으로 엎드린 그 바위산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반구대 암각화는 신석기 혹은 청동기 때의 문화유산으로써 1971년도에 발견되어 95년도에 국보 285호로 지정되었다. 태화강 상류의 대곡천에 있는 절벽에 그려진 307점 정도의 작품으로 인류 최초의 고래잡이 상.. 더보기
설성제 수필가 네 번째 산문집 『거기에 있을 때』 출간 우리 인생의 보이지 않는 퍼즐 한 조각 설성제 수필가가 네 번째 산문집 『거기에 있을 때』를 출간했다. 설 수필가는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2003년 「푸른 서랍」으로 예술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수필집으로 『바람의 발자국』 『압화』 『소만에 부치다』가 있다. 현재 울산문인협회, 한국에세이포럼 회원, 울산의 빛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나누어진다. 제1부 ‘무심히, 그리고 유심히’, 제2부 ‘너뿐이야!’, 제3부 ‘그런 섬 하나’, 제4부 ‘자꾸자꾸 불러보고 싶은’으로 구성되었다. 설성제 수필가의 산문집 『거기에 있을 때』는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사건과 존재들을 응시하며 내면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숨 가쁜 도시의 중심에서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한가로이 유목적 사유를 .. 더보기
자화상 오랜만에 집에 들렀다. 현관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안방으로 끌어당겼다. 어린애마냥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장롱에서 액자 하나를 꺼내 보여주었다. 액자 속 사진은 다름 아닌 아버지의 영정사진이었다. 조금은 먼 곳에 시선을 두고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모습이 한참은 젊어보였다. 깊게 패인 주름은 어디로 갔으며 약간 흐려진 눈빛은 또 어찌 이만큼이나 해맑게 처리하였을까. 아버진 마냥 천진한 아이가 처음 사진을 찍었을 때처럼 자랑을 하였는데, 팔십 년 지나오는 사이 사잇길로 끼어들었을 파란한 궤적들은 보이지 않았다. 꼭 그림 같은 사진, 아버지의 영정사진이 아무리 봐도 낯설었다. 화가들의 자화상이 떠올랐다. 렘브란트는 많은 자화상을 그렸기로 유명하다. 그는 젊은 시절 맛보았던 영예와 점점 몰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