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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문화/음악이야기

“은혜의 빛 아래서 걷는 신앙”

  어느덧 2026년의 2월에 들어섰습니다. 새해라는 말이 주는 설렘은 조금씩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아직 펼쳐지지 않은 날들 앞에서 마음 한켠에는 기대와 함께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도 자리합니다. 우리는 종종 새해를 맞으며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이 한 해를 잘 살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의 기도는 성공이나 성취보다 흔들리지 않을 이유를 찾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어떤 기도는 이렇게 바뀝니다.

  “주님, 이 한 해를 새롭게 밝게 해 주시고 보다, 이미 비추고 계신 주의 은혜의 빛 안에서 흔들림 없이 걷게 하소서. 주의 사랑이 비칠 때, 기쁨이 있게 하옵소서.”

  기도와 닮은 찬송이 있습니다. 찬송가 293장 「주의 사랑 비칠 때에」입니다.

  “주의 사랑 비칠 때에 기쁨 오네, 근심 걱정 물러가고 기쁨 오네.” 이 단순한 고백은 신앙인의 발걸음이 어디에 놓여야 하는지를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우리의 길은 성취의 빛이나 성공의 조명 아래가 아니라, 하나님이 비추시는 은혜의 빛 가운데 놓여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은혜를 자주 ‘빛’으로 말합니다.

  “주의 빛 안에서 우리가 빛을 보나이다.”(시 36:9)

  빛은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 애쓰지 않습니다. 다만 조용히 비출 뿐입니다. 그러나 빛이 들어오면 어둠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어 줍니다. 우리의 신앙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문제들이 모두 해결된 뒤에야 기쁨이 오는 것이 아니라 은혜가 비칠 때 기쁨이 먼저 시작됩니다.

  이 찬송은 영어 복음성가 When Love Shines In을 번안한 곡으로 원래 가사는 19세기 미국의 찬송 작사가 Carrie E. Breck이 썼고, 곡은 복음성가 작곡가 William J. Kirkpatrick이 붙였습니다. Breck의 가사는 신앙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신앙이 삶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노래합니다. “사랑이 비칠 때” 삶이 바뀐다는 고백은 인간의 결단보다 하나님의 주도적인 은혜를 먼저 바라보게 합니다. Kirkpatrick의 선율 또한 화려함보다 따뜻함을, 긴장보다 위로를 담고 있어, 회중의 마음을 조용히 복음 앞으로 이끌어 옵니다.

  이 찬송이 만들어졌던 시대는 부흥집회가 활발하던 시기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죄책감과 무력감,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길을 잃고 있었습니다. 그 시대를 향해 이 찬송은 외칩니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더 강한 의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이 비치는 순간이라고 말입니다.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어두운 데에 빛이 비치라 말씀하셨던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있는 하나님의 영광을 아는 빛을 우리 마음에 비추셨다”(고후 4:6)는 사실은 신앙의 출발점이 우리의 노력보다 하나님의 은혜에 있음을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

그래서 이 찬송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신앙은 더 빨리 가는 기술이 아니라 더 밝은 빛 아래서 걷는 연습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매년 계획을 세우며 더 잘 살아야 하고, 더 강해져야 한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이 찬송은 방향을 바꾸어 묻습니다. 

  “너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이렇게 고백하게 합니다. 

  “주의 사랑이 비칠 때에 비로소 마음이 밝아지고, 그 밝아진 마음에서 순종과 기쁨이 흘러나온다”고 말입니다. 

  은혜의 빛이 머무는 자리에서는 자신의 어둠을 숨기지 않아도 됩니다. 비교와 조급함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빛은 판단이 아니라 생명을 주기 때문입니다. 빛은 우리의 연약함을 드러내기 위해 비추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음을 알게 하기 위해 비춥니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날마다 주의 사랑이 우리 삶에 비추고, 그 빛 안에서 마음이 밝아지며, 상황을 넘어서는 기쁨이 찾아오는 길.   

  찬송가 293장은 오늘도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입니다. 먼저 빛 안에 서라고. 그러면 길은 이미 밝아 있다고...

박연식 목사_울산수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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