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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선교와 전도

"회사 바로 옆에 교회가 생겼어요!"

경주예배당 개척 소식을 듣고 경주 지역 곳곳에서 필리핀 사람들이 모였다. (뒷줄 우측 끝에서부터 동서남북교회 전성일 목사님, 제이슨 강도사님)

    사람과 재정을 보냄으로써 교회가 교회를 개척하는 것, 이것은 가장 성경적이며 확실하게 열매 맺을 수 있는 검증된 하나님 나라의 확장 전략이다. 2013년 1월과 4월에 울산교회가 준비된 사역자와 성도들을 보내고 재정을 투입하며 매곡예배당과 신정예배당 두 곳을 분립 개척한 결과, 지금 울산매곡교회와 울산신정교회가 건강한 공동체로 지역에 세워지게 되었다.

  신정예배당 개척 멤버로서 초기 2년 동안 주일마다 번영교를 오가며, 오전에는 신정예배당에서 오후에는 울산예배당에서 두 공동체를 섬겼던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자 영광이었다. 그때 울산교회 정근두 원로 목사님으로부터 하나님 나라의 DNA를 배웠고, 팀 켈러 목사님의 저서들을 통해 복음의 DNA와 ‘교회 개척을 통해 도시 안에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선교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약 6년이 지난 2019년 1월, 울산교회가 또다시 시티센터교회를 파송하여 분립 개척했다. 도시 선교를 위해 내 가족을 포함해서 약 35명의 영어권 이주민 성도들과 자녀들을 울산의 도시 중심인 성남동 시내 중심으로 파송했고, 수년간 재정을 지원해 주었다. 비록 개척 2년 차부터 3년간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상황을 겪어야 했고, 지난 5년 동안 외국으로 귀국한 멤버들이 30여 명이나 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조금씩 성장해 왔다. 이제 어린이를 포함하여 매주 약 60~70명의 성도가 함께 예배드리는 공동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문화 교회의 예배 환경과 문화에 적응이 어려운 이들도 있었는데 바로 경주 지역에서 오는 필리핀 멤버들이었다. 접근성과 거리, 또 한국어와 영어 중심이 되는 예배 환경 때문에 경주 외동읍 공단지역에서 오는 필리핀 멤버들은 소속감을 갖기 어려워했다. 제이슨 강도사님이 매주 토요일마다 경주에 가서 따갈로그어로 성경공부 모임을 인도했고, 주일 오전에 차량 운행을 가기도 했지만, 천주교 신앙을 가졌거나 아직 신앙이 연약한 이들에게는 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을 기도하며 기다렸고, 이제 필리핀 출신 사역자인 제이슨 강도사님이 풀타임 사역자가 되고 결혼하게 되면서 최적의 타이밍이 찾아왔다. 결국 시티센터교회가 개척된 지 5년 4개월 만에 경주예배당을 분립 개척하여, 지난 4월 28일 감격스러운 첫 예배를 드렸다. 예배 장소는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경주 동서남북교회 전성일 목사님의 허락을 받아 기존 예배당 공간을 빌려 쓰게 되었고, 예배 시간도 주일 오후 5시이기 때문에 울산에서의 주일 사역이나 근로자의 근무 시간에도 큰 지장이 없게 되었다.

  특별히 하나님께서는 경주예배당 개척을 위해 제이슨 강도사님을 연단하시고 준비시키셨다. 강도사님은 한국에서 근로자로 9년, 유학생으로 8년간 총 17년을 지내면서 근로자와 유학생의 삶을 모두 경험했고, 올해 초에는 현숙한 Hartzel 사모님과 결혼도 하고 강도사 고시도 통과하며 전임 사역자가 되었다. 강도사님은 따갈로그어뿐만 아니라, 영어와 한국어에도 능통하기 때문에 경주 외동 지역에 있는 필리핀, 인도, 네팔 등 다양한 국적의 근로자들에게 그 누구보다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 참으로 하나님의 지혜와 계획이 놀랍다.

  강도사님과 필리핀 멤버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열심히 홍보한 덕분에 경주예배당을 여는 첫 예배에 25명의 필리핀분이 참석하여 공간을 채웠다. 불편한 한국어나 영어가 아니라, 자신들의 모국어인 따갈로그어로 신앙을 고백하고, 찬양을 드리고, 성경을 읽고, 설교 말씀을 들으면서 은혜와 감격을 누리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감사했다. 약 20년 동안을 한국교회에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로 예배드리다가 모국어로 예배드리는 기쁨을 누리던 자매님도 있었고, ‘자신의 오랜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라며 감사하던 자매님도 있었다.

CCC 경주 멤버들이 따갈로그어와 영어로 찬양을 부르고 있다.

  또 울산까지는 멀어서 교회를 자주 나오지 못했던 한 형제님은 “우리 회사 바로 옆에 교회가 생겼어요!”라며 이제 매주 예배드리러 가겠다고 고백한 형제님도 있었다. 또 국내의 다른 도시에서, 그리고 심지어 필리핀에서도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자신들의 모국어로 예배드리는 기쁨을 누린 분들도 여럿 계셨다.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상이지만, 집과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서, 나의 모국어로 예배드리고 신앙 생활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분들을 통해 다시금 깨닫고 감사할 수 있었다.

  우리 회사 바로 옆에 교회가 생겼어요!

 

  그렇다. 이것은 분명 하나님의 은혜이자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섭리 가운데 이루시는 일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겸손히 순종하는 자신의 사람들을 통해 일하신다. 경주예배당이 개척되기까지 수많은 분들의 헌신과 기도가 있었는데, 바로 15년, 20년 전부터 경주 외동 지역 근로자분들을 찾아가 복음 전하는 일을 중단하지 않으셨던 울산교회 영어 예배부 한국인 봉사자들과, 코로나도 꺾을 수 없는 전도의 열정을 가지신 여호와이레 전도팀 권사님들이 계셨다. 그분들의 인내와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 이 위대한 하나님의 역사가 있을 수 있었다.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선교가 이 땅 가운데 계속해서 이루어지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