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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다음세대

"개척 생존율 3% 시대에 희망을 품다"(1)

이경현 목사(남울산장로교회)

 

‘다음 세대를 책임지는 교회'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개척하시다니 대단해요” 교회를 개척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이 말은 개척한 목사가 대단하다는 말은 아닐 겁니다. 그보다는 개척이 얼마만큼 힘든지를 반영하는 말이었습니다. 개척은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교회가 개척 후 생존이 목표라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요? 개척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고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일이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울산의 복음화율이 8%가 되지 않고, 심지어 젊은 세대는 5%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생존을 위한 개척이 아니라 복음으로 다음 세대를 키워내는 개척을 목표로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척이 힘든 시대, 주일학교가 문을 닫아가는 시대에 하나님은 개척을 앞둔 평범하고 젊은 목사에게 목표를 주셨습니다. “다음 세대를 책임지는 교회를 세우는 것” 이것이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었습니다. 이 짧은 글에 지극히 평범한 목사와 작은 개척교회의 6년간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다 담지 못하지만, 이 이야기가 지금도 일하시는 하나님을 전하는 매개체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개척으로 부르심

- 광야로 이끄시다

  2013년 신학대학원에서 학생으로 수업을 듣고 있을 때,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가슴을 쳤습니다. “너희들 나중에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개척해라” 그 음성이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들렸습니다. 단 한 번도 개척을 생각해 본 적 없었지만,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개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개척을 하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저 새벽 경건회 시간에 하나님께 부르짖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강도사 2년 과정을 마칠 때, 하나님은 개척을 시작하게 하셨습니다. 그동안의 새벽마다 기도한 부르짖음에 하나님은 응답하셨습니다. 언양 변두리에 작은 전셋집 하나, 그리고 함께 교회를 세워갈 두 가정을 붙여주셨습니다. 그렇게 2018년 33살의 나이에 남울산장로교회를 개척했습니다. 하나님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젊은 강도사의 개척을 노회 목사님들은 귀하게 생각해 주셨습니다. 비어있는 상가 지하 예배당을 소개해 주셨고, 여러 목사님이 크고 작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굶기를 각오하고 개척에 뛰어들었는데, 하나님은 굶기지 않으셨습니다. 

- 열악한 환경에서

  상가 지하는 생각보다 열악했습니다. 이제 막 두 살이 된 아들과 아내를 데리고 교회에 가면 물을 퍼내는 것이 일과 중 하나였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예배당 한쪽에 물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성도들이 오기 전에 물을 퍼내야 했고,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시작할 때까지 물을 퍼내야 했습니다. 물을 퍼내고 나면, 이제는 바닥에 스며든 물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예배당 어디를 밟든, 바닥에 스며든 물이 바닥 타일 틈을 타고 올라왔습니다. 물걸레로 바닥을 닦고 선풍기를 바닥에 틀어서 바닥을 건조하는 일을 일주일 내내 해야 했습니다. 물과의 싸움만큼이나 힘든 싸움이 냄새와의 싸움이었습니다. 습기와 함께 올라오는 지하의 냄새를 빼내려고 환풍기를 켜야 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환풍기를 켜면 1층 식당 음식 냄새와 식당 손님 담배 냄새가 지하로 들어왔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자매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벌레의 출현까지! 지금 생각하면 추억이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런 환경에서 개척했었나?’ 싶을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 광야는 어떤 곳인가?

  개척하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편안하게 예배할 수 있는 예배당이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습니다. 그저 평범했던 모든 일들이 개척하고 나니 수고와 노력에도 얻을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냄새와 벌레, 매일 물을 퍼내야 하는 예배당을 경험하고 나니 선배 목사님들의 노고와 성도들의 헌신으로 얼마나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곳이 광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야는 어떤 곳일까요? 그곳은 물과 식량과 쉴 곳이 없는 장소입니다. 광야는 하나님의 개입이 없이는 살 수 없는 곳입니다. 광야에 오기 전에는 의지할 것이 많았습니다. 애굽에는 먹을 음식이 풍부했습니다. 나일강이 범람할 때면 강 주변의 땅들이 비옥해졌습니다. 강의 신이 축복을 내려 풍작을 이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 구하지 않아도 먹을 것이 풍부했습니다.

  하지만 광야로 나왔을 때, 하나님의 백성들은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먹는 것, 입는 것, 쉬는 것 무엇 하나 하나님의 개입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광야에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개척교회는 광야입니다. 사람도, 장소도, 물질도 없는 곳이 개척교회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광야에 서 있으면 비로소 하나님의 희미한 음성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을 바라보게 되고, 하나님의 인도를 소망하게 되고, 하나님을 의지하게 됩니다. 이것이 광야의 축복입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복이 아니라, 하나님 그분이 복이 되는 곳이 광야입니다. 개척교회는 그런 복을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

  지하 1층보다 더 낮은 상가는 없습니다. 예배당에 들어차는 물보다 상황을 열악하게 만드는 장소는 없습니다. 하수 냄새와 각종 냄새는 정신마저 혼미하게 합니다. 바닥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재정도 없고, 사람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었습니다.

가장 바닥에서 하나님이 교회의 기초를 놓아가시는 일들을 보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하셨던 일들은 신비하고 오묘합니다. 평범한 목회자를 통해 일하신 특별하신 하나님의 이야기를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합니다. 

이경현 목사 남울산장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