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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선교와 전도

“우리 아이들은 TCK입니다”

“Third Culture Kids(제3문화 아이들)”

해외이주한 부모를 따라 외국에서 

성장기를 보낸 자녀들을 일컫는 말

 

세 번째 정체성, 복음 안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야

 

이 땅에서 나그네와 외국인이 되셨던 예수님을 기억하며 TCK 자녀들이 하나님의 귀한 일꾼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파란 나라에 사는 노란 아이가 있었다. 3살 때 선교사였던 노란 부모님을 따라 파란 나라로 이주를 했다. 어느덧 이곳에 산지도 어느덧 15년이 훌쩍 흘렀다. 파란 나라에 사는 동안 이 아이는 자신이 다른 파란 아이들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곳 파란 나라에 소속되지 못한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노란 부모님들도 ‘너는 비록 여기 살지만, 넌 노란 아이야. 너는 노란 나라 말과 노란 나라 역사와 문화를 배워야 해’라고 늘 말씀하셨다. 그래서 이 아이는 늘 자신이 노란 아이라고 생각했고, 언젠가 커서 노란 나라로 가게 될 날만 기다려 왔다. 이제 이 아이는 커서 대학교에 입할할 나이가 되었고, 자신이 늘 꿈꾸고 동경해왔던 자신의 조국 노란 나라에 있는 대학에 지원을 했고 합격이 되었다.

  부분 꿈을 안고 노란 나라에 들어와서 친구들도 사귀고 학교 수업과 활동에도 잘 참여했다. 그런데 어딘가 불편하고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분명 겉모습은 자신과 똑같은 노란 친구들이었지만, 생각과 문화가 너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드디어 내 부모님의 나라, 나의 조국, 노란 나라에 왔으니, 나는 이제 여기에 소속될거야!’라고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오히려 노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더욱 외로움과 소외감, 그리고 문화적 차이와 갈등을 느꼈다. 어린 시절 살았던 파란 나라 친구들이 그리워 방학 때 다시 파란 나라로 건너왔고, 친구들을 만나 너무 반갑고 집에 온 것 같아 행복했지만, 여전히 이곳은 내 나라 내 집이 아니며 여기에도 완전히 소속되지는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도대체 이 노란 아이는 어디에 소속될 수 있을까?

  “TCK”라는 용어를 설명하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 보았다. TCK는 “Third Culture Kids”(제 3문화 아이들)의 줄임말로, 선교, 외교, 유학, 사업, 해외 주재원, 해외 파병, 국제 결혼 등 다양한 이유로 해외로 이주하게 된 부모님을 따라 외국에서 성장기를 보낸 자녀들을 가리키는 용어다. 부모님의 출신 문화(제 1문화)도, 현재 살고 있는 외국의 문화(제 2문화)도 아닌, 제 3문화에서 자신의 소속감과 정체성을 발견하는 아이들이다. 위의 이야기에서는 TCK는 노란 문화도, 파란 문화도 아닌, 그 둘이 적절히 블렌딩 된 제 3문화, 즉 초록 문화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이런 아이들은 제 1문화나 제 2문화에서도 완전히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이방인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자신과 동일한 또 다른 TCK들과 있을 때 매우 편안함을 느낀다.

  우리 교회 아이들도 그렇다. 많은 분들이 우리 교회 아이들에 대해 질문하시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아이들에게 어떤 언어로 신앙교육을 시키는가?’이다. 그렇다. 우리 교회에는 나의 세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이다. 한국-필리핀 커플, 남아공-한국 커플, 중국-한국 커플, 한국-캐나다 커플, 루마니아-남아공 커플 등 국제결혼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들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교회 아이들은 이곳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 국적을 갖고(부모 양쪽 모두가 외국인인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말을 모국어로 하는 한국 아이들이다. 따라서, 아이들을 신앙교육할 때는 당연히 한국어로 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부모 양쪽 모두가 한국인인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다. 한국 문화도 자신의 일부이지만, 다른 국가/문화 출신의 부모님의 문화 또한 자신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유치원을 다닐 때까지는 비교적 덜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는 다른 아이들과 차이를 조금씩 발견하기 시작한다. 학교 선생님이나 다른 친구들도 남다른 외모 때문에 한 번씩 그들과는 다른 외국인처럼 대할 때도 있다. 우리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고 사춘기에 들어가면 이런 경험은 더 잦아진다. 평생 한국인으로, 한국어를 쓰며 스스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살았지만, 사람들은 나를 다르게 대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모님의 출신 국가로 여행을 가보지만 그곳도 내 나라가 아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아이들은 사춘기 청소년 시절에 자신의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고 방황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방황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되기도 한다.

  이런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 소위 말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신앙을 가르쳐야 할까? 우리 어른들은 이 아이들을 TCK로 바라보아야 한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앞으로도 한국에서 적응하고 살아야 하니 당연히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져야 하지만, 그 아이들 입장에서 겪어보지 않으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 이해할 수 없다. 제 1문화도, 제 2문화도 그 아이들의 정체성이 될 수 없다. 이 아이들은 제 3의 문화 속에 소속되고 자신의 참된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 세 번째 정체성은 무엇일까? 바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다. 복음 안에서 발견하는 참된 나이다. ‘과연 나는 한국인인가, 필리핀인인가?’ 이 두 가지 정체성이 답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 성경의 답, 제 3의 정체성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 한국인이나 다른 정체성들이 따라와야 한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다음세대 교육 목표로 두 가지를 세웠다. 우리 교회 신앙교육의 핵심은 ‘정체성 교육’인데, 그 두 가지 핵심축은 바로 Gospel Kids와 Global Kids다. 먼저 우리 아이들은 복음의 아이들, 즉 Global Kids다. 우리 자녀들이 부모님의 출신 국가나 문화, 자신의 외모, 성적, 재능, 실력, 친구 관계, 소유와 재산 등이 자신의 첫째 정체성이 아니라, 복음 안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하기를 원한다. 다음으로 우리 아이들은 Global Kids다. 아이들이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만 아니라, 복음과 자신의 재능을 들고 온 세상과 열방을 섬기는 글로벌한 아이들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우리 자녀들이 영어, 따갈로그어, 중국어와 같은 다양한 언어를 자연스럽게 배우는 글로벌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타문화권의 사람들과도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다문화적 감수성을 배양해서 글로벌 시민, 글로벌 리더로 양육하는 것을 우리 교회 다음세대 교육 목표로 세우고 있다.

  이런 TCK들은 남들과 다른 삶의 경험들 때문에 더 많은 외로움, 상처, 상실감, 소외감, 정체성의 혼란 등의 문제와 평생 씨름한다. 그런데 이런 자신의 TCK로서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잘 이해해서 건강하게 성장하면 최소 2개 이상의 언어와 다양한 문화권에서 잘 적응하는 글로벌 리더이자 하나님의 선교 역사에 귀한 일꾼으로 쓰임 받을 수 있다. 우리 주변에 알려진 이들로는 악뮤, 산다라 박, 박정현, 윤미래, 추성훈, 에릭남, 강남, 인순이, 정대세, 차두리, 하인즈 워드, 하하 등이 있다. 그런데 사실 성경에도 수많은 TCK들이 소개된다. 이삭, 모세, 요셉, 다니엘과 세 친구, 에스더, 오벳, 디모데 등 모두 어릴 적부터 외국에서 성장했거나 부모님 양쪽의 문화가 다른 가정에서 태어난 TCK들이다.

  무엇보다 우리 예수님이 TCK라고 할 수 있다. 그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시면서도, 이 땅에서 태어나 낯선 언어와 문화를 배우셔야 했고, 헤롯의 박해를 피해 외국 이집트에서 난민과 이주민이 되셔야 했다. 땅에서 나그네와 외국인이 되셔야 했던, 어느 곳에서도 소속될 곳이 없으셨던 그 예수님이 우리 아이들을 공감하시며 이해하신다. 드라마 <무빙>에 나오는 대사처럼, 우리 TCK아이들은 두 가지 문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아무 것도 아닌 아이들이 될 수도 있지만, 두 가지 문화 모두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모든 문화에서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우리 TCK 자녀들이 자신의 다문화적 배경을 잘 이해하고 수용해서, 건강한 Gospel Kids와 Global Kids로 자라게 되길, 그래서 하나님의 선교의 마지막 빅 빅쳐를 이루는 데에 귀히 쓰임받는 선교사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신치헌 목사 시티센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