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공약 썸네일형 리스트형 혁명공약 열여섯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고향 마을에 외지인들의 출입이 거의 없을 지경이었지만, 철마다 사진사 아저씨가 호랑이 인형을 힘겹게 지고 찾아오셨다. 그때 착한 사진사 아저씨가 없었다면 어린 추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테지만, 그나마 아저씨 덕분에 빛바랜 흑백사진 몇 장이 남아 있다. 어느 날부터인가 더 이상 사진사 아저씨는 볼 수 없었다. 여러 소문이 무성했지만, 그토록 착해 보이고 인심 좋은 아저씨가 간첩이었단다. 그야말로 간첩은 표식이 없었다. 너도, 나도 잘 살펴보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진작에 신고했다면 포상금으로 집 한 채 값은 벌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 아저씨는 왜 숨어서 단파 라디오를 듣고 사람들을 속여가면서까지 착한 노릇을 하셨어야만 했을까? 사상과 이념이 무엇인지조차 몰랐..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