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은진

오랜만에 산책을 나선다. 찬찬히 공원을 둘러보며 계절의 변화를 살핀다. 녹음은 짙어가고 군락진 꽃들은 저마다 화려함으로 벌과 나비를 불러들인다. 얼굴을 스치는 풀냄새를 머금은 바람이 싱그럽다. 두 팔을 벌려 쏟아지는 햇살을 마시며 고개를 들어 눈부시게 화창한 하늘을 바라본다. 갑자기 미확인 물체가 눈앞에서 둥둥 떠다닌다. 좁쌀 크기의 동그란 물체는 옅은 회색과 검은색 경계의 색상으로 잠자리 날개만큼의 두께를 지녔다. 왼쪽 눈에서 나타난 이 물체는 1시에서 7시 방향으로 사선을 그리듯 서서히 이동한다. 간혹 서성이다 11시 방향으로 틀기도 한다. 숨바꼭질의 술래처럼 어딘가 숨어있다가 다시 나타나며 하나가 되었다가 여러 개가 보이기도 한다. 안과에 갔다. 몇 가지 검사 후 의사는 비문증이라고 했다. 낯선 단.. 더보기
스테비아 볕 좋은 오후, 친정집 거실 유리창과 일체가 되어 펼쳐진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산마루의 양털 구름은 두둥실 배영을 하고, 겨우내 움츠렸던 새들은 접영 중이다. 봄 햇살에 초록 들녘은 종일 넘실댄다. 고개를 돌려 내다보면 오른쪽 끝자락에 텃밭이 보인다. 부모님이 새벽마다 내다보며 보통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다. 작물들의 임무는 우리 가족의 건강과 아이들의 정서 함양이랄까. 요즘 아이들은 온라인 학습터에 노출될 기회는 잦아졌지만, 자연의 터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다. 그래서 주말만이라도 땅의 숨결을 느끼며 감정적 허기를 채워주려 함께 텃밭으로 향한다. 아이들은 지주 마냥 푸른 천막을 자연스레 걷어내고 각종 농기구를 꺼낸다. 수확 시기는 텃밭이나 사람이나 누구에게든 절정기이다. 깊숙이 숨어있는 굵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