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원시인의_시시한이야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헛신발 봄날도 짙어가는 오월의 끝자락, 산과 들에는 저마다 피어난 꽃들로 제 극치의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있다. 그예 질세라 모내기로 물을 머금은 논에서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밤의 달빛보다 더 청명하다. 이런 호사스러운 봄날엔 그저 시골길을 걷기만 해도 저절로 기분이 사뿐사뿐 왈츠의 음계다. 해넘이로 어래산 자락의 그림자가 큰골 못에 서서히 제 발등을 담글 즈음 지천으로 핀 노란 낮달맞이꽃 한 아름 꺾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인기척이라곤 없이 나지막한 집의 고요만 수직으로 내리꽂혀 마당에 뒹굴고 있다. 순간, 그 여유롭던 마음은 사라지고 무대 위의 독백 같은 대사로 어린애처럼 “엄마!”하고 부른다. 결 고운 월남 치맛자락이 스쳐 지나가듯 어린 참새 소리만 허공 위로 날아간다. 뒤뜰에 있는 만삭의 새색시 같..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