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썸네일형 리스트형 “새로운 시각을 요청하는 땅, 도쿄” 11월 들어 일본에서 또 6.3의 강진이 발생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주기적인 지진을 감내해 온 일본 국민의 고통이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기사를 본 후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들의 안녕과 구원을 위해 잠깐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나의 태도는 이전과 비교해 분명 변화된 모습이다. 예전에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놓인 일본의 고통을 그저 안쓰러워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어쩌면 내 마음 깊숙한 곳에는, 지진대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우리나라의 지질학적 위치를 다행으로 여기는 얄팍한 이기심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을 향한 마음에 진심 어린 변화가 일어난 건 작년 5월, 도쿄 가족여행 중에 직접 지진을 겪은 후부터다. 도쿄 가족여행은 아들이 모두 계획하고 준비해서 함께한 여행이었다. 이미 .. 더보기 "다시, 강가에서" 일상을 잠시 접어둔 채 배낭을 둘러메고 훌쩍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는 건 작은 축복이다. 지난여름 조지아Georgia를 다녀왔다. 세계에서 기독교를 정식 국교로 인정한 두 번째 나라인 만큼 성지순례지로도 손색이 없다. 가는 곳, 보이는 곳, 대부분이 교회다. 역사에 의하면 약 320년경 니노Nino에 의해 기독교가 전파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왕실과 귀족들은 물론 모든 국민까지 말씀이 선포되고, 마침내 아르메니아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의 정식 기독교 국가가 되었다. 조지아의 옛 수도인 므츠헤타 스베티츠호벨리Svetitskhoveli 자리에 이 나라 최초의 교회가 세워졌다. 이곳 교회 뜰 잔디밭에 앉으면 그야말로 모든 시간이 멈춘 듯 마음이 평온해지고 푸른 하늘마저도 경이롭고 숭고해 보인다. .. 더보기 배려의 땅, 샤모니 나는 가끔 포털 사이트에 뜨는 기사보다 그 기사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 댓글을 더 주목해 볼 때가 있다. 군중의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분노 사회’라는 용어가 말해주듯 우리 사회는 누군가를 향해 일상처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를 클릭하자마자 우르르, 익명 뒤에 얼굴을 숨긴 분노의 댓글들이 쏟아진다. 때로는 그 댓글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소외감 때문에 내지르는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여겨져 안타까울 때도 있다. 성별과 세대, 계층과 지역, 지지 정당을 따라 각자 느끼는 피해의식이 깊고, 사회적 이슈에 따른 마녀사냥과 책임 전가도 난무한다. 가끔은, 스트레스 해소용 먹잇감을 찾다가 포착되자마자 한꺼번에 달려드는 사바나의 풍경을 보는 듯해 아찔하다. 분노는 인간의 자연스러.. 더보기 생명을 향한 열정, 산티아고 심리학자들은 인생의 후반기가 되면 육체적 인간에서 정신적 인간으로 변모하여 삶의 에너지를 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지나온 길을 숙고하며 인생을 통찰하는, 보다 품 넓고 넉넉한 사람으로 승화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나도 오십 대가 막 시작되었을 때 산티아고 순례길로 향했다. 시간적 제약 때문에 일부만 걷고 돌아왔지만, 그 길 위에서 생명을 향한 열정을 만날 수 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 남부 생장에서 출발해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의 서쪽 끝 도시 산티아고를 향해 가는 장장 800km의 길이다. 그 길에는 삶을 깊이 묵상할 수 있는 느린 시간이 흐르고 있다. 길의 종착점은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즉, 야고보 교회이다. 길 없던 그 길을 처..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