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독문화

해가 긴 유월엔 동해에서 일몰을 본다

  6월은 ‘하지’가 든 달이다. 일 년을 두 계절 ‘하지’와 그 반대 ‘동지’로 구분지어 본다면 ‘하지’는 일 년이라는 산(山)의 정상 같고, 하지 다음날부턴 하산하는 기분이다. 새해 시작되고 힘겹게 등산했다면 이제부터 결실을 거두어가며 내려 가야하는 길. 상반기를 돌아보기도 하며 또 다가오는 하반기를 정비해보게끔 하는 6월이다. 

 

  동해에서 지금까지 벅찬 가슴으로 붉은 해를 바라보며 새 마음을 다지곤 했다면 낮이 가장 긴 달인 6월 어느 하루저녁쯤 동해바다를 등지고 해 지는 서녘을 바라보는 것은 어떤가. 길고 길어진 해가 점점 몸을 말아가며 더 빠르게 서산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자. 그리고 생각하자, 앞으로 주어진 어떻게 살아야할지. 해 뜨는 동해에서 일몰을 볼 줄 아는 눈과 마음도 가져보자.

 

  태양을 주신 하나님, 달과 별을 주신 하나님, 산과 바다를 주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또 여름 저녁 바다에 뜬 고깃배와 바다 위를 사열하는 삼십 촉 백열등의 눈부심은 어떤가. 아직도 산란하고 초조하고 불안한 코로나19 시절을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를 저녁바다에서 생각해보자.

 

  울산바다 방어진을 서성거려보는 여름 저녁. 긴 밝음 짧은 어두움을 주신 하나님께 더 감사해보자.

 

설성제 수필가

태화교회

울산의 빛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