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계/선교와 전도

대영박물관 관람기(12) “돌과 점토가 증언하는 출애굽과 가나안 정복 이야기”

  오늘은 대영박물관 4전시실 안에 전시된 성경과 관련된 고대 이집트 유물들을 최종적으로 둘러보려고 한다.

  1. 연대표: 돌에 새겨진 파라오들의 기록

  대영박물관 4전시실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큰 관심을 끄는 유물 중 하나는 “람세스 2세 신전의 이집트 통치자 목록(연대표)”이다. 이 석회암 부조는 기원전 1250년경 람세스 2세(재위 1279~1213 BC)가 아비도스에 건립한 기념 신전에서 발견된 것으로, 1837년 W.J. 뱅크스에 의해 발굴되어 현재 대영박물관 4전시실에 소장되어 있다.   

(사진1) “람세스 2세 신전의 이집트 통치자 목록(연대표)” 출처_대영박물관 안내 책자

  이 연대표는 단순한 왕명록이 아니다. 람세스 2세가 선왕들에게 제물을 바치는 장면과 함께 이전 통치자들의 카르투슈(왕명을 둘러싼 타원형 테두리)가 세로로 배열되어 있어, 이집트인들의 역사관과 종교적 세계관을 동시에 보여준다. 특히 이 목록은 6왕조(기원전 2345-2181년)와 11왕조(기원전 2125-1985년) 사이의 여러 통치자들의 이름을 기록한 유일한 사료로서, 고대 이집트 역사 복원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러한 상형문자 연대표를 현대인이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같은 전시실 문 앞에 있는 로제타석(사진2) 덕분이다. 

(사진2) “로제타석”_서진교 목사제공

  기원전 196년에 제작된 이 현무암 석판에는 같은 내용이 상형문자, 민용문자, 그리스어로 삼중 기록되어 있다. 1822년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이 이를 통해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를 찾음으로써, 고대 이집트의 왕명록들(연대표)이 비로소 역사의 증인으로 되살아날 수 있었다. 

  이집트 연대표는 성경의 출애굽 기사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단서들을 제공한다. 출애굽기는 “이스라엘 자손이 라암셋에서 발행하여”(출 12:37)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그들이 바로를 위하여 국고성 비돔과 라암셋을 건축하였더라”(출 1:11)고 증언한다. 

  2. 메르넵타흐 석비: “이스라엘” 첫 언급

  또 하나의 돌의 증언으로써 메르넵타흐 석비(기원전 1208년경)가 있다. 석비는 현재까지 발견된 이집트 기록 중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처음 언급한 것으로, “이스라엘이 황폐해져 그 씨가 없다”고 기록하고 있다. 

(사진3) “메르넵타흐 석비” 출처:https://archeology.dalatcamping.net/the-merneptah-stele-unveiling-ancient-israels-first-mention/

  성인 남성 키의 2배가 넘는 거대한 이 화강암 석비를 세운 메르넵타흐는 람세스 2세의 열세 번째 아들로서, 형들이 모두 사망한 후 70세가 넘은 나이에 왕위를 계승한 파라오였다. 이 석비는 이스라엘 민족이 이미 가나안 땅에 정착해 있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고고학적 증거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창 12:2)라는 말씀이 역사 속에서 성취되었음을 보여준다.

  3. 아마르나 서신: 가나안 정복의 생생한 기록

  이전 글에 언급한바 있었던 대영박물관 상층 57전시실에 소장된 아마르나 서신들(기원전 14세기)은 가나안 지역의 혼란상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사진4) “아마르나 서신들”  출처_서진교 목사제공

  특히 게셀의 통치자 야파후가 파라오에게 보낸 점토판은 “하피루(Hapiru)”라 불리는 집단의 침입에 대한 절박한 구원 요청을 담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이 “하피루”가 성경의 “헤브리(Hebrew)”와 언어학적, 역사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예루살렘의 통치자 압디헤바가 보낸 편지에서는 “하피루가 왕의 모든 땅을 약탈하고 있다”며 절박한 군사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들은 성경에 기록된 가나안 정착기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히브리 사람 아브람”(창 14:13)이라고 부르셨고, 요셉이 이집트에서 “히브리 사람의 땅”(창 40:15) 출신으로 불린 기록을 남기고 있다. 여호수아서는 가나안 정착 과정을 이렇게 묘사한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맹세하사 주겠다고 하신 온 땅을 다 주셨으므로”(수 21:43).

  대영박물관의 이집트 컬렉션은 단순한 고고학적 유물을 넘어 성경 기사의 역사성을 뒷받침하는 산증인들이다. 람세스 2세의 연대표에서 아마르나 서신에 이르기까지, 이들 유물은 고대 근동 지역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백성이 걸어온 발자취를 조명해 준다. 특히 이집트 기록들이 이스라엘 민족의 존재를 직접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성경이 단순한 종교적 서사가 아닌 역사적 기록임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이다. 

  시편 기자의 고백처럼 “여호와여 주의 말씀이 영원히 하늘에 굳게 섰사오며 주의 성실하심이 대대에 이르나이다”(시 119:89~90). 고대 이집트인들이 남긴 돌과 점토의 증언은 오늘날까지도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실제 역사 속에서 이루어졌음을 강력하게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