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하나님나라의 복음과 교회(계속)
나) 하나님나라 복음 공동체인 교회의 사명
많은 신학자들이 이미 지적하였듯이, 교회는 하나님나라가 아니다. 교회는 하나님나라를 받아들인 사람들의 공동체이며, 이미 임한 하나님나라를 살아내며, 앞으로 임하시게 될 하나님나라를 대망하고 있는 공동체이다.
예수께서 가르치신 하나님나라의 종말론적 이중 구조 속에서 교회의 역할은 중차대하다. 교회는 단지 수동적으로 하나님을 수용하고 기다리는 자들이 아니라, 그들이 믿는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살아내고, 하나님의 다스림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세상 사람들의 빛이 되고(마 5:14-16; 엡 5:8-9; 빌 2:15; 골 1:12; 살전 5:5), 우리 가운데 있는 소망에 대해서 질문하게 만드는 적극적인 사명을 갖고 있다(벧전 3:15). 그러므로 하나님나라의 복음으로 세워진 교회는 다음의 세 가지 일에 전념하며 열매를 거둔다.
첫째는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전하여 온전한 회심을 이루는 것이다. 죽어서 천국에 가기 위해 내 죄를 용서 받았다는 값싼 은혜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총체적인 복음, 즉 하나님나라 복음을 받아들이도록 섬기는 사역을 하는 것이다.
하나님나라 복음의 핵심 내용은 하나님의 통치를 받아들이지 않아 곤경에 처한 개인과 인류가 비록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십자가를 통해 이루신 구속적 사랑에 힘입어 하나님나라 백성이 되어, 하나님의 통치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님나라의 맥락에서 복음을 이해하게 될 때, 주(Lord)가 먼저이냐, 구세주(Savior)가 먼저냐는 논쟁은 무의미해진다. 예수가 주 이시기에 구세주도 되신다는 메시지(행 2:36)는 참된 회심으로 우리를 이끈다. 물론 이러한 회심은 공동체로의 회심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주인되심을 거절하는 죄의 특징 중의 하나가 철저한 자기 중심주의인데, 이로부터의 회심은 하나님의 다스림 아래 있는 공동체 속으로의 귀속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회심은 교회의 두 번째 사명으로 이어지는데, 그것은 어린 그리스도인들이 장성하여 그리스도를 닮아가게 하는 것이다. 하나님나라의 비밀 중 하나는 단지 우리가 신분 상으로 하나님나라 백성이 되는 것(롬 8장; 엡 2:3-5)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주인이신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나님(마 5:48)과, 그 하나님을 우리 인간이 이해할 수 있게 드러내 보여주신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고전 11:1)이다. 제자도는 다름아닌 이 예수를 닮아 가는 삶의 여정을 뜻한다.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믿는 교회는 제자도를 단지 경건 생활과 교회 생활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하여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통치를 드러내며 그분을 닮아갈 것인지를 가르친다. 성과 속을 나누는 이원론적 분리의 영성은 여기에 자리 잡을 수 없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연습하고 배운 삶의 원리를, 자신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삶의 터전에서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나라 복음에 기초한 제자도, 영성 형성, 영적 성숙을 꾀하는 교회들의 특징이다.
이렇게 하나님나라 복음이 전파되어 회심하고 사람들이 성장하는 터전은 하나님나라 백성의 공동체, 곧 교회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하나님나라 복음 전파와 영적 성숙을 건강하게 이룰 공동체를 세우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신약 성경을 조금 과장하고 단순화하여 설명한다면, 그 반은 구원의 도리에 대해서, 그리고 나머지 반은 교회에 대해서 쓰여졌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성경은 하나님나라의 복음과 그 복음의 공동체적 삶에 대해서 집중하 고 있다. 과거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 뿐 아니라, 세계 교회의 문제는 성경에서 이토록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가르치고 있는 교회에 대해 충분히 집중하지 않았고, 초대교회가 드러냈던 하나님나라 백성의 삶을 자신의 세대에 각각의 적실한 옷을 입도록 노력하지 않은데에서 비롯되었다. 위에서 살핀, 하나님의 가족, 그리스도의 몸, 성령의 전으로서의 교회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드러낼 것인가가 바로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받아들인 교회가 천착하는 세 번째 사명이다.
맺으며... “하나님나라 복음”을 따르는 자들이 절실하다. 한국 교회의 위기는 총체적이다. 이 위기의 중심에는 예수의 중심 가르침인 하나님나라 복음의 상실이 있다. 하나님나라와 복음이 이혼한 상태이다. 한국 교회는 이 불행한 이혼을 청산하고, 하나님나라의 복음에 기초한 삶과 사역을 해내야한다.
무엇보다 하나님나라 복음에 기초한 온전한 회심과 이에서 시작되는 진정한 제자도가 절실하다. 선한 일을 추구하 는 진정한 제자도는 고난을 피할 수 없고 이는 종말론적 대망의 삶을 가져온다. 오늘날 한국 교회에 가장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하나님나라 복음을 받아들여 그것을 살아내려는 그리스도인과 그들의 공동체이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나라와 복음 중 하나만 붙잡을 수 없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이며, 결혼한 상태처럼 나뉠 수 없는 것이다. 복음만 강조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님나라만 강조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나라 복음”을 따르는 자들과 그들의 공동체가 일어날 때, 우리 교회는 점차적으로 교회로서의 면모를 회복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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