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무역상으로서 막대한 재력으로 권력을 쥔 메디치가(家) 개인 성당의 식당에 걸려있었다. 이 그림의 가룟 유다는 돈주머니를 쥔 손으로 잔을 쓰러뜨려 쏟는다. “메디치여, 만약 돈의 노예가 된다면 당신은 주의 은혜의 잔을 쏟아버린 배신자 가룟 유다요!”라는 메시지를 준다. 유다는 제자들의 재정을 맡으면서, 돈에 대한 집착과 탐욕이 커졌고, 이는 그의 배신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다.
로렌초 메디치는 막대한 사재를 헌납하여 거대한 박물관을 짓고 동서양의 문물을 수집해 놓았고, 뛰어난 예술가와 학자들을 많이 배출하였다. 이름난 예술가들과 동로마에서 온 학자들이 그의 보호를 받고자 모여들었다. 문학, 미술, 건축, 철학, 정치, 사상 등 각 분야에서 걸출한 천재들이 한껏 기량을 발휘하였다.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비롯해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와 프란시스베이컨, 문학에 단테와 페트라르카,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 등이다.
1902년 미국의 당대 세계 최대 부자 카네기가 사재를 내어 미국 전역에 도서관 2,500개를 지어 헌납하였다. 당시 일본 국가 1년 예산이 1억5천만 달러였을 때 3억 달러를 들여 자선사업에 기증했으니 천문학적 액수였다. 카네기는 그의 재산 90% 이상을 다양한 재단, 자선단체, 단체에 기부한 인류 역사상 가장 관대한 자선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지역도서관, 세계평화, 교육, 과학 연구에 중점을 두고 대규모 자선사업에 여생을 바쳤다. 카네기는 그의 저서 ‘부자의 복음’에 “부자의 인생은 두 시기로 나누어. 전기는 부(富)를 축적하고 후기에서는 축적된 부를 사회복지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카네기의 사회 환원 전통은 1913년 록펠러의 3억 5천만 달러 헌납으로 시카고대학을 설립하고 록펠러재단을 세워 병원 의학연구소, 교회, 학교 등의 문화사업에 전념하였다. 1936년 포드는 5억 달러 헌납으로 포드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사회적 책임감에 깊은 관심이 있었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전념했다. 그는 교육, 의료, 평화를 위한 많은 단체에 기부하였다.
1990년대 미국의 자선사업가 폴 멜린은 반 고흐의 ‘오렌지와 푸른 장갑이 있는 정물’과 오베르의 작품 등 값을 따질 수 없는 명화 10여 점과 약 4억 5천만 달러를 사회에 기증한 유서가 공개되면서 감동을 주었다. 그가 미국 미술관에 헌금 7천5백만 달러와 기증한 작품도 9백 점을 넘으며, 유산으로 물려받은 10억 달러의 재산도 대학박물관과 환경 단체 등에 기부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남기길 거부한 겸손한 자선사업가였으며 정신세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문화의 애호가였다. 미국의 사회 환원 전통은 계속 이어져 1997년 한 해 미국 40대 자선가들의 기부금 36억 달러를 기부하였다.
세계적인 갑부 빌 게이츠는 세계 최대의 민간 자선단체로 알려진 빌 & 멜란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여러 자선 단체와 과학 연구 프로그램에 상당한 액수의 돈을 기부했다. 그는 33억 달러를 자신이 설립한 자선 단체에 기부하여 세계보건, 인구문제, 대학단체, 빈민촌 도서관에 컴퓨터 기부 등으로 이어졌다.
세계 두 번째 부호 워렌 버핏이 보유 재산의 85%에 해당하는 370억 달러 (약 36조 원)를 5개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말해 지구촌에 깊은 감동을 안겨 주었다. 그중에서 107억 달러를 24년 나이 차의 친구인 빌 게이츠 회장이 설립한 자선 단체에 넘기고 나머지는 가족과 관련된 재단에 배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자선 활동에 이어 액션 스타 성룡(成龍)도 자신의 재산 절반을 자선기금으로 내놓기로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어떤 이가 말하기를 미국의 저력은 신무기나 경제적 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부의 사회봉사에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기부문화의 저력이 미국의 미래를 이끌어 가는 힘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경제 각료에서 민간 분야로 진출해 금융, 철도, 물류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를 세웠다. 그가 설립에 관여한 회사로 도쿄전력, 기린맥주 등 500여 개를 세웠다. 그는 1867년 파리만국박람회를 갔다 온 뒤로 서양문물의 자본주의 문명을 도입하여 기업의 수 만큼이나 많은 복지기업을 벌렸다. 그로 인해 일본은 앞서고, 조선은 외척과 인맥이 닿은 자들이 조정에 들어오고 무자격자들이 이것저것 관리를 맡으면서 이른바 탐관오리들이 실세가 되어 백성들을 괴롭혔다. 게다기 서양 종교와 학문에 대한 탄압이 극심하여 조선은 쓰러지는 아픈 역사를 가져왔다.
영어의 경제학(Economics)은 청지기 오이코노모스(Oikonomos)에서 온 용어로 ‘가난한 사람에게 필요를 나누어 주는 자’를 뜻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주인이신 하나님의 뜻에 따른 신실한 선용이 요구된다. 반드시 그에 따른 심판이 있다. 예수께서 부자가 지옥에 가는 것은, 부유함 때문이 아니라 불우한 이웃에게 자선을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만왕의 왕으로 온 우주의 통치자요 만물의 주인이시다. 그러함에도 십자가의 희생과 봉사를 통하여 인류 구원의 길을 예비하셨고 소외되고 영 육 간에 가난한 자들에게 자신을 내어줌으로 하나님 아버지로부터 온전한 인정과 모든 사람의 높임을 받게 된 것이다.
지금 사람들은 정치를 외면하고 있다. 경제에 희망을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를 생각하면 막연할 뿐이다.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선택받은 교회가 섬김과 나눔을 통해 자신들을 기부한다면 교회는 세상 가운데 희망으로 다가오는 거룩한 빛이 될 것이다.
이종무 목사 (전, 한국성결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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