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 썸네일형 리스트형 "가을이 무르익다" ‘주여, 지난여름은 무척 더웠습니다’라고 릴케의 싯귀를 흉내 내어 고백하고 싶었던 그 무더운 지난여름 기억은 사라지고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왔습니다. 공기가 달라지고 하늘이 높아지고 그 높은 하늘을 수놓은 흰구름까지 삼라만상이 가을이란 새 계절을 맞이합니다. 여느 해처럼 은행의 잎이 노오랗게 물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단풍나무의 잎이 새빨개질 것도 같지 않은 가을이지만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창밖의 큰 느티나무 잎들은 단풍이라기보다는 갈색의 낙엽으로 변했습니다. 그것도 골고루 물이 드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 물을 들이는 시대를 닮아 브릿지를 넣은 것 같습니다. 지난여름의 혹독한 더위에 시달린 흔적을 보여주는 나뭇잎들도 가지에서 떠나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비록 울긋불긋한 잎새의 아.. 더보기 254호(11월호)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