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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뒤에서 빛나는 교회의 역사”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리스도인이면서 교회의 역사를 모른다면, 자신이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무엇을 믿고 있는지조차 온전히 알기 어렵습니다. 바로 이 절박한 문제의식에서 허순길 박사의 《어둠 후에 빛》(Post Tenebras Lux)이 태어났습니다.

허순길 『어둠 후에 빛』 (셈페르 레포르만다, 2014)

  저자 허순길 박사(1933~2017)는 한국 개혁주의 교회사학의 태두라 불릴 만한 분입니다. 고려신학교를 졸업한 후 네덜란드 캄펜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1969)와 박사학위(1972)를 취득하고, 고려신학대학원 교수와 원장(1988~1999)을 역임하셨습니다. 수십 년에 걸쳐 『한국장로교회사』, 『구속사적 신약·구약 설교』, 『개혁주의 설교』 등 방대한 저술을 남기고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펜을 놓지 않고 본서를 저술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개혁교회의 목회와 생활』과 『개혁해가는 교회』를 통해 개혁교회에 관심을 가졌고, 개혁교회를 향한 열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본서는 교회사를 따뜻한 이야기로 되살려냅니다.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교회사 서적은 많지만, 성도들이 편안하게 이야기에 스며들 듯 안내하는 책은 드뭅니다. 시대 구분이나 연대 나열 대신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풀어나갑니다. 마틴 루터는 루터로, 장 칼뱅은 현대 교과서식 표기인 칼뱅으로, 고대 지명은 현대적 용법을 따르는 등 독자의 눈높이에 철저히 맞추었습니다. 총 522쪽이라는 묵직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한 번 잡으면 다음 이야기가 궁

금해서 놓기 어렵다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역사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느끼게 하는 것에서 실패하지 않습니다. 다음세대를 향해 교회역사를 전달하는 데 넉넉하게 성공하도록 안내합니다. 

  다음으로 본서는 2,000년 교회사 전체를 하나의 관점으로 꿰뚫습니다. 저자는 초대·중세 교회사, 교회 개혁사, 근대·현대 교회사를 3부로 나누어 방대한 역사를 일관된 시선으로 담아냅니다. 박해 속의 초대 교회에서 시작하여 암브로시우스와 아우구스티누스를 거쳐 교황 지상주의 아래 말씀이 어떻게 희미해졌는지를 차분히 보여주고, 위클리프와 후스의 희미한 빛을 지나 루터·츠빙글리·칼뱅의 종교개혁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생동감 있게 그려냅니다. 3부에서는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 진화론과 공산주의, 20세기 자유주의 신학과 오순절 운동, WCC에 이르기까지 현대 교회가 직면한 도전들을 정직하게 살펴봅니다. 이 일관된 서사 속에서 독자는 교회사가 세계사의 한 지류가 아니라, 세계 역사의 중심을 이루어온 하나님의 구속 드라마임을 새롭게 발견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본서는 개혁주의 신학의 뿌리 위에 서서 신앙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해줍니다. 책의 제목 ‘어둠 후에 빛’(Post Tenebras Lux)은 제네바의 모토이자 종교개혁의 정신을 담은 표어입니다. 저자는 단순한 역사 서술에 그치지 않고, 교회가 어떤 어둠을 통과해 왔으며 그 어둠 가운데서도 하나님이 어떻게 교회를 붙드셨는지를 따뜻하게 증언하십니다. 특별히 개혁교회에 속한 성도들이 자신의 신앙 유산이 얼마나 깊고 풍성한지를 되새기는 데 더없이 좋은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교회역사는 목사나 신학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언약의 자녀로 살아가는 모든 성도가 함께 나누어야 할 공동의 유산입니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과 구속의 역사를 알아가야 하듯, 교회의 역사를 알아야 교회의 정체성을 바르게 세울 수 있고, 우리가 속한 시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본서는, 한국 교회 안에서 교회사 교육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더없이 귀한 선물이라 하겠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복음의 빛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시기를 권합니다.

  “흑암에 행하던 백성이 큰 빛을 보고 사망의 그늘진 땅에 거주하던 자에게 빛이 비치도다”(사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