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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특별기고

죽음교육이 필요하다!

 

교회는 천국을 준비하는 곳
죽음교육의 필요성 시급  

 

  만지면 톡 부러질 것 같은 한 환우님(40세)의 야윈 팔! 동갑 나이 간호사의 팔과 비교해도 얼마나 야위어졌는지. 우리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지 3개월. 늘상 세계일주 여행이 소원이라시는 자매님이시다. 밥에서 죽으로, 죽에서 미음으로, 이제는 미음도 삼킬수 없어 영양제와 수액.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안된다. 


  “물 좀 주세요~”, “팔이 아파요”, “다리가 욱신거려요”, “좀 주물러 주세요”, “다리 좀 올려 주세요”, “머리를 올려 주세요”. “등이 가려워요”.


  체위변경, 통증조절, 기침후 가래침 처리, 산소게이지 체크 및 공급, 이케지 체크, 물수건으로 얼굴, 몸 닦기, 영양제 투여, 기저귀 교환, 진통제 투여, 수분공급, 방문하신 가족 안내, 상태설명, 대화, 기도, 찬양, 말씀 예배. 


  불과 한 두 시간 동안 이 분에게 제공된 호스피스 봉사들이다. 호스피스 봉사활동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임을 절감한다. 이런 말기암환자를 24시간 돌보는 호스피스 팀원들의 땀과 수고를 사람들은 얼마나 알까?                                 

 


“아무리 믿음 좋은 신자라도 
죽음을 좋아하지 않아”


 오늘도 이 자매님은 지금까지 사노라 해외여행 한번 못갔다고 배시시 웃으면서 빨리 나아서 꼭 비행기 타고 훨훨 날라가고 싶단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여명이래야 십여일, 길면 보름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전할 수 있는 것은 복음밖에 없다! 어떤 때는 단도직입적으로 죽음을 직면케 해 주어야 한다.


  “집사님! 주님 만날 준비는 되셨어요?”


  “아이고 목사님! 아직은 아닙니다.”


  “목사님! 더 살고 싶어요” “아이들이 어려요”


어쩌면 당연한 대답이시다.


  “얼마나 더 살고 싶으세요?” 


  “아주 많이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남편과 아이들이 불쌍해요”. 


나는 충분히 안다. 그리고 이해한다. 죽음 앞에 서면 아무리 믿음 좋은 신자라도 죽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 시간여 동안 자매님과의 임종상담을 하고, 복음제시를 하고 기도하고 예배한다. 예수님의 보혈로 구원해주심과 부활과 천국소망을 갖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니 다시 힘을 내어 아멘 아멘 하신다.


  이런 말이 있다. 부흥사가 “여러분 죽으면 천국갈 줄 믿습니까?” 하면 “아~멘” 하고 대답하지만, 부흥사가 “여러분 오늘밤 죽어도 좋습니까?”하면 “노~멘” 했단다.


  그 많은 신자들이 교회에서 언제 죽어도 천국갈 수 있다고들 고백한다. 그러나 실제 죽음 앞에 서면 더 살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1천명 이상의 임종을 지켜 보았지만 천국을 기다리며 흔쾌히 가고자 하는 분들이 거의 없었다!


  오늘날 교회에서 천국, 지옥 설교하면 뻔한, 고리타분한 설교라고 인기가 없다. 잘 살고, 복받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신자들의 요구이고 목사도 이에 응한다. 좋은 집 사고 새차 뽑고, 사업성공하면 복받았다고 감사헌금하고 축하한다. 평안, 가정, 건강, 성공, 행복 이런 주제는 인기가 있다. 그러나 천국이나 지옥, 심판설교는 인기가 없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천국을 준비하는 곳이다. 예수님도 잠시잠깐 후면 다시 오실분이 아니신가? 우리는 그분을 기다리는 신부들이 아닌가? 반드시 죽음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만 다시 부활 할 수 있지 않은가? “지금 이후로 주안에서 죽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계14:13)라고 하지 않으셨는가? 그런데도 오늘날 교회들은 잘 죽을 수 있는 죽음교육을 하지도, 받지도 않으려 한다.


  호스피스나 죽음교육은 인기도 없다. 호스피스 병동에 오신 믿음 좋다는 한 권사님. “목사님이 살리는 설교를 안하시고 죽음 설교나 한다”며 토라져 퇴원하셨다. 대구에 사는 손자(초5학년)도 너무 어려서 아직은 천국가면 안된다고...그러나 일주일 만에 집에서 임종하셨다.


  나도 별 수 없을 것이다. 육신의 장막집이 얼마나 후패하고 무너져야 손으로 짓지 아니한 크고 아름다운 천국을 소망하게 될까?


  생(生)과 사(死)과 교차하는 호스피스 병동! 사탄과 성령이 교차 역사하는 곳! 그래서 천국과 지옥이 결정 되는 곳! 이 틈바구니에서 한 영혼이라도 주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주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땀흘려 분투하는 곳이 호스피스 병동이다. 메스컴에서는 “호스피스 숭고한 봉사”라며 최대한 아름답게 표현하지만 실제 호스피스 현장은 죽음 앞에서 처절하게 고통하는 환자들을 마주하며 여전히 죽지 못한 자아와, 육신, 사탄과의 영적 싸움을 하는 곳이다. 이 싸움터에서 오늘도 구세주 예수님의 십자가, 죄사함, 부활, 천국소망을 전하며 분투한다. 


  교회도 마땅히 성도들이 자신의 죽음을 향하여서도 “사망아 너의 이기는 것이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전15:55)라고 일갈할 수 있는 사전 죽음교육이 꼭 필요하다.

 


고명길 목사

(사)소망호스피스연합회 회장
천상소망노인요양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