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빛 2022. 8. 9. 12:30

 

  본서를 덮으며, 신학생 시절 목회의 길을 재고하게 했던 책, 스펄젼(C. H. Spurgeon)의 『목회자 후보생들에게』와 목회초년에 좌절에 가까운 갈등과 함께 각오를 주었던 마틴 로이드존스(M. Lloyd Jones)의 『목사와 설교』를 떠올렸다. 초년의 계절에 치열하게 자극하던 글과 달리 무던하면서도 마음에 울림을 주는 글이다. 목사에 대해 풀어내는 저자의 글에 공감되어 위안이 되어서일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느새 흰머리 희끗희끗한 중년목사가 된 내게 다시 마음을 다잡도록 적절하게 자극하는 좋은 책을 만났다. 가독성 있게 읽혀지는 소책자이지만 목사로 사는 인생길에, 같은 길을 가는 동무 같이 와 닿는다. 그래서일까. 반성케 하는 글이면서도 위안과 쉼이 머문다.

목사는 교회를 위해 존재하며 
교회가 목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성도들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누구에게 속한 사람인지 문득 잃어버려 탈선하고 방황하듯, 목사 역시 자신이 누구인지 묻지 않고 생각하지 않을 때, 탈선할 수 있지 않을까. 목사의 정체성을 설명하기 위해, 노동자와 투사, 목수와 농부라는 유비를 들어 설명한다. 목사는 교회를 위해 존재하며, 교회가 목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이유를 알아야 목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다.  

초년목사에서 노년목사에 이르기까지
설교자의 언어, 인생, 회복을 말하다

『설교자의 인생』이라는 제목답게 초년목사에서 노년목사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군더더기 없이 담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의 스토리가 담겨 정이 간다. 기계적이고 딱딱한 글이 아니어서 좋다. 사람냄새가 나고, 목회자의 따뜻한 가슴과 열정 그리고 교회사를 전공한 학자의 면모가 배여 있다. 
  본서는 크게 3부분, 설교자의 언어와 설교자의 인생 그리고 설교자의 회복으로 구분하면서 총9꼭지로 나누어 설교자의 인생과 목사의 정체성에 관한 전체를 조망한다. 설교자에 대한 왜곡된 정체성과 사역, 태도를 성경적이고 교회사적 시선으로 교정하고 바르게 설 수 있도록 조언한다. 신학생들이나 초년생들이 읽게 된다면 무엇보다 독서와 학문, 벼루고 닦아야 할 길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역할 하는” 목사의 길을 안내 받을 것이다. 목회의 중년에 선 이들이라면 동질감이나 반성, 현재의 위치를 재고하고 돌이킬 기회를 얻게 될 것이고, 노년의 목회자가 읽어낸다면, 노년의 가치와 종주의 끝에서의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성도들이 읽어간다면, 목사를 이해하고 교회를 이루어가는 일에 아름다운 동역자로 준비될 수 있을 것이다.

“목사는 말씀의 전달자”이기에
목사의 언어는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목사의 언어에 대해 지나치리만큼 강조한다. 목사는 말씀의 전달자이기 때문이다.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이정표』라는 책에서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말했다. 언어라는 집에 사람이 거주한다는 말로 언어의 강력한 힘을 이야기 한다. 언어는 죽은 영혼을 일으키는 살리는 검이 되기도 하지만, 죽이는 살해도구가 되기도 한다. 언어의 타락은 설교의 타락이요, 설교의 타락의 교회의 변질을 불러온다. 천박한 수사는 말씀을 더럽히고 하나님의 영광을 무너뜨리며, 교회와 성도들의 심령을 죽인다. 설교시간은 하나님의 시간이다. 심령을 일깨우고 택한 자를 부르시는 성령의 작업장이다. 이 시간을 자신의 기교와 기술로 자기를 영화롭게 하는 자에게 화 있을진저.
  저자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감성, 문학적인 언어에 감미로움 마저 느껴지지만, 사실은 무겁고 육중한 내용이 담겼다. 부드러운 이야기 속에 스며있는 주제와 내용은 강단을 지키는 설교자들을 향한 강렬하고 날카로운 회개의 외침이 깃들어 있다. 주춤했던 나에게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하는 책이다. 단번에 읽어낼 수 있는 담백한 글이지만, 일부러 천천히 읽어냈다. 저자의 가슴과 함께 호흡하고 싶어서다. 목사의 휴식에 대한 이야기에서 여행에 대한 저자의 소감은 깊이 공감되었고, 아내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목사가 타락하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목사모임과 공부모임, 우정에 대한 논의에서는 더디고 답답한 걸음이지만, 현재의 걸음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에 위안이 되었다. 8월 휴가의 계절이다. 교회를 생각하고, 말씀의 사역으로 강단에서 땀 흘리는 목사에 대한 재고하는 시간을 가져오면 어떨까. 목회자뿐 아니라 성도들 모두에게 권하고픈 책이다.

 

이종인 목사
울산언약교회 담임
울산대학교 철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