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로(Running) 배우는(Learning) 스타트업 생존기”
연말 모임에서 시작된 도전
창업을 준비하는 “퇴근 후 스타트업” 연말 모임 자리에서 마라톤 이야기가 나왔다. “내년에는 함께 뭔가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여 우리는 4월 말에 있는 “기장마라톤을”을 신청하기로 하였고 코스는 5km, 10km, 하프 등등 개별 선택을 하였다. 처음 목표는 대단하지 않았다. 그냥 좀 더 건강해지고 모임 회원들과 재미있는 추억을 만드는 정도에서 출발했다.
놀랍게도 많은 창업자가 친구들과 가벼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벼운 농담을 하면서, 혹은 몇 개월 간의 아르바이트 비용을 벌겠다는 간단한 목표에서 창업을 시작한다.
평범한 아이디어가 특별한 사업으로
세계적인 숙박 플랫폼 Airbnb는 공동 창업자들이 방값을 내기 위해 에어 매트리스를 빌려주면서 시작되었고, 다이소의 모태인 “100엔 샵”은 잡화를 팔던 『야노 히로타케』가 손님이 가격을 묻자 귀찮아서 “100엔”이라고 답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국내를 넘어 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당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당근 마켓도 지역 이웃 간에 물건을 간편하게 거래하자는 소박한 아이디에서 출발했다.
큰 비젼이나 원대한 목표가 아닌, 사소한 문제 해결이 스타트업의 출발점이다.
달리기로 배우는 스타트업 생존법
1월 중순에 달리기 시작을 위해 주말 아침 해운대 동백섬에 모였다. 그날 우리의 1km 페이스는 8분대였다. 사실 처음에 구간 페이스라는 의미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후 케이던스, 심박수, 보폭, 좌우 밸런스 등 낯선 용어와 복잡한 숫자를 마주하면서 “그냥 달리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당황스러우면서도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의문을 가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낯선 숫자는 익숙해져 이제는 달리면서 스마트워치의 숫자를 보며 나만의 달리기 리듬을 찾아가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스타트업 초기의 모습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처음 창업을 하면 고객과 시장, 그리고 수많은 지표들이 복잡하게 얽혀 다가온다. 페르소나, TOM-SAM-SOM(전체시장, 인접시장, 유효시장), MRR(월 반복 매출), CAC(고객 획득 비용), LTV(고객 생애 가치) 같은 생소한 지표들이 혼란스럽게 다가오지만, 결국 꾸준히 이 지표들을 들여다보고 관리하며 나에게 맞는 성장 방식을 찾는 과정은 달리기와 꼭 닮았다.
달리기도 사업도 정답은 없다
달리기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미드풋, 힐(리어)풋, 포어풋 등 유튜브나 커뮤니티의 자칭 고수,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미드풋을 해야 한다.”, “일반인은 힐풋이다” 등 다양한 주장을 한다.
사업 초기 창업자가 만나는 책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누구의 말이 옳은지 더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결국, 달리기와 사업 모두 이론보다는 직접 부딪히고 달리며 내게 맞는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며 그곳에서 우리는 결국 답을 찾는다.
지표와 숫자의 함정
1km 구간 페이스가 8분대에서 5분대로 진입했을 때의 뿌듯함, 그런데 5분대 진입 후 1주일 만에 평균 페이스가 4분대로 나왔다.
지면상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 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