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s 사피엔스”
사피엔스라는 말의 의미는 라틴어로 “지혜로운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현생 존재하는 인류를 학명으로 “호모 사피엔스”라고 지칭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시대적 상황에 맞게 비틀어서 지칭하는 용어들도 생겨났다. 즉, 쇼핑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호모 쇼핑 사피엔스”, 끊임없이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을 “호모 에러 사피엔스”, 요즘 넷플릭스에 푹 빠져 사는 사람들이나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하여 “호모 넷플릭스 사피엔스”,“호모 스마트 사피엔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피엔스의 의미대로 어떤 사람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인가? 사람은 그 스스로 그에게서 지혜를 만들 수 있는 존재인가? 성경에서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는 헬라어로 “안드로포스”이다. 이 단어는 “아나(위)+프로소포스(얼굴)의 합성어”이다. 즉 진정한 사람은 “위로 향해 서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참 지혜는 얼굴을, 하나님을 향하여 들 때_예배자_주어지는 선물이다. 그래서 성경은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않으시는 하나님 아버지께 구하라”(약1:5)라고 명령하신다.
‘예배의 상실’은 ‘지혜의 상실’로 이어진다. ‘지혜의 상실’은 ‘감사의 상실’이다. 이들은 내게 주어진 모든 은사와 내게 보내주신 사람들, 오늘 내게 푸르름을 선사하는 모든 자연 만물이 위로부터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인 것을 알지 못한다. 이 당연한 것을 알 수 있는 지혜가 없으니, 비난과 모함 그리고 이간질을 하여 갈라치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너무나도 당연히 “감사도, 감탄도, 감격도 없는 것”이다. 지음을 받은 자들에게 요구되어지는 감사를 잃어버린 사람을 ‘레스 사피엔스’로 부르고 싶다. 감사가 없는 사람….
감사와 감탄이 무엇인가? 현재 존재하는 나의 나됨과 나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의 원인을 남에게서 찾는 것이다. 내가 지금 존재하는 것은 당신 덕분이라는 고백이 감사다. 감탄은 무엇인가? 내게 다가오는 모든 자극에 강하게 긍정적 리액션을 취하는 것이다. 감동은 감사보다 감탄보다 조금 더 깊이 가슴으로 감격하는 태도이다. 모두가 타인에게 영광을 돌리는 행위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감사가 넘치는 계절이다. 도로가에 핀 벚꽃도 좋고,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산 출입구 어간에 핀 진달래도 좋다. 있는 듯 없는 듯 발등 아래 있는 쑥도 좋고, 개나리, 민들레…. 부르기만 해도 향기가 나서 좋다.
산 너머 남촌에서 봄바람이 불어와도 좋고, 가끔 봄비라도 내릴 때면 그 봄비도 한없이 좋다. 그 사람이어서 좋고, 저 사람이어서 좋은 날이다. 내게 주신 교회가 좋고, 이 나라도 좋다. 좋다 좋아!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핫한 드라마 중에 하나가 ‘폭싹 속았수다’이다. 아이유와 박보검 씨가 주연으로 나오고 중간중간 나타나는 맛깔스러운 아역배우과 여러 연기자가 재미를 한껏 더 올린다. 지나온 세월이 오버랩 되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많이 울면서 보았다는 드라마다.
그중에 박보검(극중이름_양관식)과 아이유(극중이름_오애순)가 결혼하여 아이 셋을 낳아서 살아가고 있다. 이름도 얼마나 흥미로운지 금명, 은명, 동명이라 지어 불렀다. 금, 은, 동…. 그만큼 가치 있는 아이들이란 말일 게다. 그러던 중 제주에 큰 태풍이 온다. 큰 딸 금명이는 보이지 않고, 동생 두 명만 엄마가 준비해 준 수제비를 둘러앉아 먹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가 밖에서 금명이 친구가 달려와 소리를 지른다. “금명이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다고”, 이 소리를 듣자 엄마는 용수철처럼 뛰쳐나간다. 엄마가 뛰어나가기에 두 아들도 덩달아 엄마를 향해 밖으로 냅다 달렸다. 딸을 찾아 집에 오니 두 아들은 사라졌고, 급기야 그 일로 해변가에 있던 막내 동명이가 싸늘한 시신으로 남겨졌다. 무쇠 같은 아빠 양관식도, 억척이 엄마 오애순도 무너진다.
그러다가 문 듯 두 아이의 부모는 이상함을 느낀다.
둘째 은명이가 일체 말을 하지 않았고, 큰딸 금명이는 100점을 받아와도 도통 자랑하지 않았다. 왜 그러냐고 엄마는 아들에게, 아빠는 딸에게 말을 하자 아이들은 눈물을 쏟으며 “자기들 때문에 동생이 죽었다”고 소리쳐 흐느끼며 울었다. 죄책감이 소리 없이 아이들의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아 벙어리가 되게 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 가족은 다시 일어서게 된다.
“내 책임입니다”이란 말은 “당신 덕분에 내가 지금 존재합니다”라는 감사의 언어는 본질상 같은 의미이다. 빼앗기면 상실자가 된다. “레스 사피엔스” 기억하고 감사하면 그 자체가 예배자가 된다
사도바울의 모든 서신서에 감사가 없는 곳이 없다. 모든 신학의 적용점은 감사, 감탄, 감동이다. 감사의 깊이가 사람의 됨됨이를 측량하는 가늠자일 뿐 아니라 신앙의 척도이기도 하다.
5월은 감사로 채워야 빛이 나는 계절이다.
“가로되 아멘 찬송과 영광과 지혜와 감사와 존귀와 능력과 힘이 우리 하나님께 세세토록 있을지로다 아멘 하더라”(계7:12)
편집국장 최성만 목사(울산의빛, 울산오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