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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교계일반

하나님나라와 복음의 이혼을 넘어서서(1)_위기의 한국교회

“다음 세대를 위해 극복하고 승화하여야 할 사명”

김형국 목사(하나님나라복음  DNA대표목사,신학박사)

  한국 교회가 위기라는 말은 이제 늑대 소년의 외침처럼 더 이상 위기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많은 분석과 비평이 있었고, 모두 이 시점에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비평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상 아래에는 심각한 신학과 신앙적 오류가 있다. 그것은 예수가 가르치신 중심 사상의 분리이다.

“하나님나라”와 “복음”이 이혼을 했다고 할까? 

  한국의 대부분의 보수적 그리스도인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예수를 신앙의 중심에 두고 충절을 바친다고 한다. 그러나 예수의 중심 사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보수적인 교인들은 사랑, 십자가, 구원, 복음, 제자도, 선교, 헌신, 섬김, 예배 등이라고 대답한다. 사복음서를 읽고 설교를 수없이 들으면서, 예수의 중심 사상을 거침없이 “하나님나라”라고 말 하는 성도가 극소수라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서 기가 막힌 일이다.  하나님나라를 마음에 임하는 평안 내지는 죽어서 가는 천당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보수 교회는 “십자가의 복음”을 꾸준히 선포하여 왔으며, 개인의 회개와 회심, 그리고 이를 통한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에 대한 강조 또한 빠지지 않았다. 이것은 한국 교회가 갖는 강점이지만, 예수의 중심 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나님나라가 없는 복음에 대한 강조는, 복음의 총체적 이해와 종말론적 역사 이해를 놓치게 된다. 그리하여 보수 교회는 기껏해야 개인 경건주의에 충실하고 교회 봉사에 헌신한 성도 이상을 배출해내지 못한다. 

  반면에, 하나님나라를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 특히 정의를 사회에 적용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는 대다수 진보적인 교회에서는 복음이 없는 하나님나라가 선포된다. 사회 곳곳에서 행해지는 불의에 민감하고, 한국 사회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에 강조점을 두는 것은 참으로 귀한 일이다.  그러나 예수께서 그토록 강조하셨던 자신의 죽음의 의미가 단지 정의를 위한 희생 정도로 희석될 때, 진보적인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기껏해야 선량한 시민이나 건전한 시민운동 단체 정도 이상이 되기 힘들다. 

  보수 그리스도인들은 개인 구원을 강조하지만, 사회와 역사에 대한 의식이 거의 없다. 진보 그리스도인들은 사회 구원을 강조하지만, 회심과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은 빈약하다. 후자는 예수를 다른 종교의 지도자들과 같은 반열로 강등시킴으로 예수에 대한 인격적 헌신을 약화시키니 교인의 수는 점차적으로 줄고, 교회는 점점 약화되고 있다. 전자는 사회적 역사적 무지와 무관심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외면당해 역시 교회와 교인 수가 줄어든다. 물론 보수 기독교의 경우, 여전히 메가처치 중심으로 교인들이 이합집산을 계속하고 있어, 아직도 사회적인 힘과 재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의 보수 교회 전반은 급박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보수 그리스도인들의 하나님나라에 대한 무관심과 진보 그리스도인들의 복음에 대한 무관심이 한국 교회 전반을 약화시키고 있는 근본적인 요인이다. 이 “하나님나라와 복음의 이혼”이라는 문제는 단지 한국 교회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서구 교회와 신학계에서도 끊임없이 “예수와 바울”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지속되어 왔다. 예수가 가르친 유대적인 하나님나라를, 바울이 범세계적(또는 헬라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복음으로 전했다는 생각, 바울은 예수의 신실한 제자가 아니라, 기독교의 창시자라는 주장 등이 이러한 생각의 저변에 깔려 있다.

 이렇게 예수와 바울의 이원화, 그리고 하나님나라와 복음의 이혼은 서구 교회를 성경이 가르치는 통합적인 교회가 아닌, 때로 개인주의적 신앙만을 강조하는 교회로, 때로는 제국주의에 이용당하는 집단으로, 또 때로는 사회를 구원하는 일에 경도된 사회 운동 단체로 전락시켰다. 이러한 현상을 짧은 한국 교회의 역사 속에서 극복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한계이며 또한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 극복하고 승화하여야 할 사명이기도 하다.

김형국 목사(하나님나라복음 DAN대표목사,신학박사)